중국 로컬브랜드의 전기차(이하 중국 전기차)가 자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의 전기차 장려책, 낮은 가격, 애국 소비 등등이 자국산 전기차의 수요를 늘렸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차용 배터리를 손꼽을 수 있다. 전 세계 1위의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생산한 배터리는 테슬라에 탑재되었고, 이제는 현대가 생산한 전기차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에 있어서 중국기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한국기업은 어떤 부분에서 상대적 강점이 있을까.
필자는 최근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산업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하나는 전기차 특허의 우수성을 비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허 내용 분석을 통해 상호 경쟁력 있는 기술 분야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분석자료는 미국특허청 통계를 사용하였고, 기간은 2015년 이후 6년간, 그리고 현재도 법적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특허만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이렇게 분석 범위를 한정하면 소위 정크특허라고 말하는 질 낮은 특허와 구닥다리 기술에 대한 특허를 제외하는 장점이 있다.
첫째, 분석 기간 한국의 전기차 특허 수는 304개, 중국은 3분의 1 수준인 108개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질적 우수성 면에서 양국 간 기술력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한국특허청 산하의 한국발명진흥회는 특허 서류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 특허의 질적 수준을 아홉 단계로 구분하는 분석자료를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우수특허(A등급 이상) 비율은 한국이 17%, 중국은 14%였고, 별 볼 일 없는 저급특허(CCC 이하 등급)는 한국이 33%, 중국이 27%였다. 이러한 결과는 전기차 특허 보유 1, 2위인 일본과 미국의 특허 평가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일본과 미국의 우수특허 비율은 각각 19%, 27%로 한국보다 높았고, 저급특허 비율은 각각 19%, 18%로 한국보다 낮았다. 일본과 미국은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전기차 특허의 약 50%와 27%를 차지하므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허로 나타나는 기술력이 당장 올해나 내년의 자동차 생산 수준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생산되는 자동차의 독자 기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기술을 이용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의 신흥 전기차 기업들은 판매량은 많아도 수익성은 대단히 낮은, 심지어 팔수록 손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시장이 가격경쟁 중심인 이유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기술을 사 오거나 아니면 선진국 기술이 체화된 부품을 구매해야 하는 현실적 원인도 존재한다. 한국 전기차 산업 역시 특허의 양과 질 측면에서 일본과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어 단지 중국을 앞선다고 위안 삼을 문제가 아니다.
둘째,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기술은 서로 보완적이기보다는 경쟁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양국의 전기차 특허 요약문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자연어처리 기법인 토픽모델링을 사용하여 특허를 기술별로 구분해 보았다. 한국의 특허 수가 중국의 세 배 정도 되어 한국이 좀 더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특허를 갖고 있었지만, 중국의 특허기술은 모두 한국이 보유한 기술과 중복되었다. 이에 비해 일본과 미국은 갖고 있지만 한국은 특허가 없는(중국도 물론 없는) 기술 분야는 주행보조장치, 데이터시스템, 장비제어 소프트웨어 등등이었다. 따라서 한국 전기차가 앞으로 기술력을 향상하려면 중국기업과의 협력보다 일본이나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커 보였다.
누구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첨단기술이 적용된 수익성 있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여전히 소수이다. 전기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이며, 이제부터는 기술을 가진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한국 전기차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려면 일본이나 미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저하면 그 기회는 중국기업의 차지가 될 수 있다. 2023년 1월,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