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스닥 연초 대비 약 21%, 31% 하락
美 연준 파월 의장, 70년대 볼커 떠올리게 해
“강한 반등은 아냐...경제지표 부진이 긍정적”
올해 시장의 변동성이 유난히 컸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지수 변동성이 상당 부분 진정될 것으로 본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유종우<사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통화 긴축 사이클도 후반부에 진입했고, 지수 하락을 이끈 악재들도 대부분 시장에 노출됐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 증시는 '상저(低)하고(高)' 패턴을 예상하며 연간 코스피 밴드는 2000~2650포인트로 제시했다.
올해 증시는 전형적인 약세장으로 돌아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의 긴축 강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 등 국지적 이슈도 체계적 리스크를 키우면서 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라고 했다. 이달 13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20.71%, 31.29% 하락했다.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을 꼽았다. 유 본부장은 "특히 파월 연준의장의 경우 70년대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과감한 금리 인상을 진행했다"라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오판을 상쇄하기 위한 과감한 금리 인상이었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의 반등도 상당 부분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고강도 긴축에도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 본부장은 "어느 정도 고점은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이 아직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120불까지 올랐던 에너지나 원유 가격이 80불 정도 내려온 것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률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안정 흐름도 시기상조라고 봤다. 다만 전고점인 1450원을 다시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체적인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환율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무역적자, 경상수지와 같은 지표들은 아직 지속 중"이라며 "우리나라하고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다"고 했다.
올해 유독 기억에 남는 업종으로는 수급 측면에서 시장과 방향을 함께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주 '삼성전자'를 꼽았다. 유 본부장은 "외국인은 많이 판 반면, 개인들이 많이 사면서 저가매수 양상을 보였다"라며 "반도체 업황의 본격적 반등은 내년 상반기 2분기 말~3분기 초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바닥은 보였고 이제는 언제 반등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내년 증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는 경기 침체가 될 것으로 봤다. 유 본부장은 "이전 경험에 따르면 통화긴축 이후에는 경기 침체 국면을 겪었다"라며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져 내년에도 성장률 측면에서 올해보다 낮고, 주식시장 회복세도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도 추정치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고 PER(주가수익비율)이 올라와 있는 상황으로 반등이 와도 강하게 올 수는 없다"라며 "지금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다는 확신이나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면 추세적 상승을 볼 수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최근의 경제 지표 부진이 역설적으로 내년 증시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경기가 슬로우 다운(침체)된다라는 시그널이 나오면 금리가 빠지게 되고 매월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수치들이 좀 낮아지는 것들이 좀 확연하게 보이게 되면 지금의 굉장히 긴축적인 통화 정책들이 좀 완화될 수 있다라는 기대감들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내년에 주목해야 할 섹터로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을 추천했다. 그는 "지금의 하락 사이클이 거의 끝자락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는 항상 긍정과 비관적인 시각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과 매크로에 대한 리서치가 항상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