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현재 규모로는 기업 수요 충족 한계있어…추가 예산 확보 노력할 것”
전문가 “기업 부실화 심화로 기업 자금조달 어려움↑…정책금융 확대 필요”
“다만 국가 재정 낭비되는 문제는 없어야…‘옥석가리기’ 필요”
중소기업 대상 정책금융지원 사업인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기업팩토링’(이하 팩토링)의 내년 공급 규모가 올해와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대출 등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보의 팩토링과 같은 정책금융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신보 측은 내년도 팩토링 공급액은 올해와 같은 600억 원 수준으로 계획됐다고 밝혔다. 신보관계자는 “팩토링 금융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내년도 공급금액 규모는) 전반적인 재정 긴축 추이에 따라 계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팩토링 사업은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해소하고 재원을 마련해 사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게 하는 신보의 정책금융사업이다.
신보가 상거래 매출채권을 매입하면서 판매기업(신청기업)에 자금을 제공하고 채권 만기일에 구매기업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때 구매기업이 만기일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더라도 판매기업에게 상환의무가 없다.
팩토링은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시기에 중소기업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판매기업이 신보로부터 자금을 받을 때 신보 측에 내는 할인 수수료가 5%대인데, 신보가 할인율을 0.5%포인트(p) 인하해 4%대의 수수료로 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은행 중소기업대출의 평균금리는 4.60~8.18% 수준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올해 팩토링 사업 공급실적(11월 말 기준)은 공급목표인 600억 원의 95%인 5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신보가 내년도 팩토링 공급금액을 올해와 같은 수준인 600억 규모로 계획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재원 마련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소기업은 최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은행권 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기업 67.1%가 외부자금 조달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꼽았다.
향후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못 미치는 한계기업 비중의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은행은 부실 대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에 경기침체 심화가 예상되는데, 금리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 기업 부실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고 정책금융을 확대해 기업 도산에 따른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업계 관계자 역시 정책금융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이차보전과 저금리 대환대출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며 “신보 등에서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늘리면 중소기업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보 관계자는 “현재 (팩토링) 사업 규모로는 기업의 자금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팩토링 지원 규모 확대를 위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조건적인 정책금융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경기침체와 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가능성이 더 높은데, 과도하게 재원을 사용하면 정책당국의 부담이 커지고 재정 적자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정책금융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면서도 “무조건적인 지원은 피하고 중소기업 중에서도 흑자도산 우려가 있는 기업 등 옥석을 가려 돈이 필요한 곳에 흐를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