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달리 생각하면 개인이 치안과 먹거리와 환경과 산업재해 등의 위험, 위해에서 벗어나 나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자유(freedom)이다. 개인이 살아온 하루하루는 자신이 속한 이 사회에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며 개인 삶의 윤택함과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연속성에 있다. 그러나 본인이 의도하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해 개인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박탈하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제기한 사람은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이다. 센은 개인의 잠재역량(capability)을 발휘할 기회와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를 개인 역량 박탈과 안전에 대한 위해로 간주하였다. 안전에 대한 위협은 개인이 자신과 가족과 국가를 위해 쌓아온 인적자본과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뺏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은 개인이 마음껏 자신의 자유를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구분점이자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개인의 권한(entitlement)으로 작동해야만 한다. 센은 개인의 의지가 아닌 강요된 선택과 자유는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들 뿐이며, 권한으로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요구만이 안전에 대한 국가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을 애도하고 가엾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왜 공부를 못해서 그런 위험한 직장에 들어갔느냐고 탓할 문제가 아니며, 왜 하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 가서 죽임을 당했냐고 개인을 원망해서도 안 될 일이다. 왜 특정 종교행사에 참여하여 압사당했냐고 개인에게 물어볼 문제도 아닌 것이 안전의 요구이다. 또한 성 정체성, 인종, 민족, 종교의 문제가 다수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고 그들을 삶을 위협하는 안전에 무방비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을 비용과 이득으로만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식품, 환경, 상품, 산업재해로부터의 안전 보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모든 부처가 화폐적, 경제적 이득의 산업 부처로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비물질적, 비경제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주는 안전의 중요성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유는 돈 없는 사람이 불량식품이라도 사 먹을 자유가 아니라 불량식품으로부터 안전하게 나의 신체와 건강을 지킬 권한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안전한 사회에서 헌법이 부여한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