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인파가 몰려 사고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제때 보고되지 않은 게 경찰의 ‘미보고’가 아닌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사고를 늦게 보고받은 배경은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정부 해명에서 노출되는 건 보고체계 난맥상뿐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3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육상사고 발생 시 119 신고만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하 상황실)에 접수되는 이유에 “112와 관련된 사항들은 아직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해상사고는 119·112 신고가 모두 상황실에 접수되지만, 육상사고는 119 신고만 접수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그 부분은 앞으로 개선해서 (접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안부에는 상황실, 신설된 경찰국에도 파견 경찰관이 근무한다. 그런데도 공식 보고체계가 없단 이유로 기관 간 상황 공유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행안부 장관에 대한 상황실 보고가 지연된 이유로는 ‘효율성’을 들었다. 김 본부장은 “소방 1단계로 전파된 부분을 장·차관까지 다 보내면 상황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관리 효율성 차원에서 중요도에 따라 단계별로 상황을 전파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안부 장관보다 대통령이 먼저 상황을 인지한 데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한 사항 같다”며 언급을 삼갔다. 소방청은 각 관계기관에 동시에 연락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동일하게 보고된 사안이 내부 보고체계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에겐 보고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겐 보고되지 않았단 의미다.
대기발령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상황 보고가 지연된 데 대해서도 답변을 피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수사와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면 그때 공개하겠다”며 “현시점에서는 언급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112 신고가 빗발치던 29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외 조직·인사, 이른바 ‘윗선’에 대한 수사·감찰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본부장은 “재난관리 기관에서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만 말했다. 현재 수사·감찰은 용산경찰서와 112 상황실에 집중되고 있다. 기동대 지원요청 묵살, 대통령실 인근 집회 대응인력 과다 투입, ‘마약 단속’ 위주의 현장 인력운영 등 ‘윗선의 의사결정’ 문제는 후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