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지금껏 단 한번도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던 중 한 관계자가 이렇게 내뱉는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볼멘소리는 밥 먹듯 일상이라는 의미였다. 늘상 우는소리라 귀를 기울여 주기도 어렵고,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씁쓸한 지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중소기업이 구조적으로 견고하지 않으며, 체력이 약하다는 의미다. 내실을 키울 여력도 없다. 최근 탄탄한 대기업도 매출 몸집이 줄고, 자금 조달 악화에 투자 줄이거나 감산에 돌입하는 것을 보면 중소기업의 현실은 더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리 고공행진은 중소기업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중 하나다. 1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서 이달 업황 전망지수는 82.3으로 전월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들여다 볼 점은 경영 애로 요인의 추이다. 물류비 상승 및 운송난을 심각한 애로 요인으로 꼽는 경영인들은 줄어든 반면 금리와 환율의 고공행진을 어려운 점으로 꼽는 경영인들이 늘었다. 무엇보다 고금리를 큰 애로로 보는 비중(19.3%→27.5%)의 변화가 눈에 띈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대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를 앞질렀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금리가 뛰기 시작하면 비틀거릴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뛰거나 혹은 원자재 가격은 그대로인데 환율이 뛰면 투입 비용이 늘고, 외부 수혈을 늘릴 수밖에 없다. 고금리가 치명적인 이유다. IBK기업은행이 내놓은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중소기업들이 자금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구매대금 지급'(80.4%)에 쏠려 있었다. 특히 늘어나는 자금수요를 은행차입으로 조달하려는 중소기업은 절반에 달했다.
일각에선 전대미문 수준의 어려움이라고 토로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위축, 주52시간제와 인력난, 3고(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 얽히고설킨 요인들이 중소기업을 조금씩 주저 앉히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부채가 많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진다는 말은 들린지 오래다. 지금은 주름골이 깊어진 수준이지만 방관했다가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기업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든 우대금리, 정책자금 확대 같은 금융책이든 특단의 대책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이 중소기업에 손을 뻗을 골든타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