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곡관리법 개정, 농민은 없고 정쟁만 남았다

입력 2022-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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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통과' '공산화법'. 양곡관리법을 두고 여당이 야당을 향해 공격하는 표현들이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권한 가운데 양곡관리법 개정안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법안이어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금도 쌀이 과잉 생산되면 정부가 이를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있지만 이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야당은 최근 쌀값이 폭락하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오히려 앞으로 쌀 과잉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한정된 농업 예산이 쌀 매입에 치중될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이렇게만 보면 여야 모두 농민과 농업을 고민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로 전락해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금만 생각을 더듬어봐도 농업 관련 법안이 여야 모두에게 주목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민에게 보탬이 되는 법안들은 모두 여야가 뜻을 모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던 것이 전례다.

하지만 양곡관리법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정기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내세울 만큼 의욕을 보였고, 실제로 단독처리를 했을 정도다. 국민의힘은 날치기 처리, 공산화법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거론하고 있다.

오히려 농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정치권 논쟁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양곡관리법에 관한 논쟁이 쌀값을 두고 전 정부와 현 정부가 서로 탓하기에 급급해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쌀값 하락은 정권이 바뀌기 전인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고, 현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어느 정권에 더 큰 책임이 있냐를 두고 언성이 높아질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여야가 정확한 전망과 분석을 가지고 쌀 소비, 쌀 과잉, 쌀 가격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모두 고려해 최선의 방안을 세우고 농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진정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가슴속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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