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율 등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가첨단전략사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주된 내용은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 기간을 2030년까지 연장하고 공제액을 확대하는 것 등이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은 20%,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 6%, 8%, 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안이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준에서 미국과 일본 등과 비교하면 이것도 부족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콘텐츠 산업 입장에서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반도체는 어찌 보면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글로벌한 경쟁력과 점유율을 보유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콘텐츠 산업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HBO Max 등 글로벌 OTT 사업자의 공세에 맞서고 있지만 대등한 협상력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 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의 응원, 자부심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거듭났다면, 콘텐츠 산업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매우 미진한 편이다. 콘텐츠 산업도 세액공제를 받고 있지만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에 불과한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영상콘텐츠 산업은 한류의 세계화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중요한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다. 반도체만큼의 매출이나 수출액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후방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반도체 산업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지원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영상콘텐츠 세제지원 제도의 경제효과 세미나’에서는 영화 “탑건: 매버릭”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받은 공제액이 306억 원이라는 조사 내용이 발표됐다.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 공제 총액 98억 원의 3배가 넘은 수치다.
콘텐츠 세액공제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과 수급이 OTT를 비롯한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작년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 연구에 따르면 안정적인 킬러 콘텐츠의 공급이 OTT플랫폼의 경쟁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나타났다. 이를 고민해 볼 때 국내의 세액공제율은 콘텐츠 주요 제작 국가나 다른 산업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대규모 제작투자를 확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액공제율의 확대가 기업의 이익을 보전한다고 보기보다는 공제받은 돈으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함으로써 콘텐츠의 품질을 높여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콘텐츠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콘텐츠 제작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며, 현재의 콘텐츠 산업은 만성적인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발표된 ‘영상 콘텐츠 세제지원제도 개선방향’ 설문 결과에서도 조사된 전체 콘텐츠 제작사의 82%가 줄어든 세액을 제작비에 재투자하겠다고 대답했다. 또한 영국의 경우 세액공제로 인해 제작 지출, 부가가치 창출, 고용 창출 등의 분야에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으며, 특히 세금감면 혜택이 산업 활성화와 매출 상승으로 인한 세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사례도 감안하면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기업의 세액공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특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콘텐츠 산업이 예술적인 창의성에 기대는 산업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CP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의 사례에서와 같이 대기업 제작사에도 보다 높은 수준의 세액공제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세액공제율이 필요하다. 또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제도의 상시화가 절실하다. 이를 통해 제조업에서의 빛나는 성과를 콘텐츠 산업에서도 기대하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핵심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