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부처의 보도해명자료 배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보도를 한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기사 제목·본문 등 수정을 요청하는 경우도 잦다. 복수 부처에 확인해 보니, 보름 전쯤 대통령실로부터 ‘잘못된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각 부처는 장관 비서실을 통해 실·국들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쩍 잦아진 '언론 대응'은 그 결과물이다.
문제는 잘못된 보도의 정의다.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잘못된 보도는 ‘팩트’가 틀린 통칭 ‘오보’일 것이다. 이런 보도에는 정정·삭제 요구가 정당하다. 반면, 논조를 기준으로는 잘못된 보도가 애매하다. 논조에는 가치가 개입된다. 정부가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환경보전을 강조하는 쪽에선 해당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논조는 다양하고, 특정 논조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논조를 문제 삼는 경향이 강하다. 본지에 “제목이 악의적”이라는 항의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 ‘악의’의 뜻은 ‘나쁜 뜻’이다. 팩트가 잘못된 게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쁜 뜻’이 읽혔는지 모르겠다. 나쁜 마음이 있었다고 치더라도 문제다. 기사를 쓰는 마음이 통제 대상인 건가. 대통령실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부처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해명을 잘하라’는 취지였지 이 정돈 아니었다”고 말했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불만이라면, 그 배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학은 정책에 대한 비순응적 태도를 ‘정책불응’으로 표현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언론·국민이 정책을 잘못 이해한 경우,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경우, 정부 불신으로 어떤 정책이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다.
최근 정책에 대한 비판은 뒤 두 가지 문제에 주로 기인한다. 상당수 정책은 추진 배경이 ‘문재인과 거꾸로’다. 의제 형성, 대안 탐색·분석, 공론화 등 필수 과정이 생략됐다. 정부 불신의 주범은 대통령이다. ‘120시간 노동’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손발 노동 비하’, ‘아동 발달과정 무지’, ‘국회 이xx 발언’ 등의 출처도 모두 윤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뒤의 두 가지 문제는 배제하는 듯하다. 그저 언론이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취지를 오해·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런 문제인식에서 나올 수 있는 대안은 기껏해야 해명자료 배포, 보도 정정·삭제 요구뿐이다. 그 강도가 높아진다면 결과는 ‘보도 통제’다. 이게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일까. 아직 임기가 4년도 더 남았다. 이제라도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따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