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면 도전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새 사령탑에 오른 ‘국민 타자’ 이승엽 감독의 각오다. 계약기간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5억 원) 조건에 사인한 이 감독은 선수 은퇴 5년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는 전풍 대표이사로부터 ‘등번호 7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 받았다.
한국 야구계의 레전드로 꼽히는 이 감독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프로 통산 △1906경기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그는 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거머쥐었으며, 골든글러브도 10차례나 차지했다. 그의 등번호 36번은 삼성 라이온즈에 영구결번됐다.
국제무대에서도 그의 활약은 빛났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동했으며, 글로벌 경험을 살려 △올림픽 금메달 1개(2008년) △동메달 1개(200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200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2006년) 등의 성과에도 힘을 보탰다.
‘야구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이 감독은 후배들에게 기본기, 디테일, 팬을 중요하게 여기라고 조언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홈런타자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선수 이승엽’은 언제나 기본에 충실했다”라며 “디테일에 강한 일본야구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그 철학은 더욱 강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아무리 강한 야구, 짜임새 있는 야구라도 팬이 없다면 완성되지 않는다”라며 “그라운드 안에서는 팬들에게 감동을, 그라운드 밖에서는 팬들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가는 ‘팬 퍼스트 두산베어스’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도자 경험이 없고, ‘삼성 스타’라는 이미지 때문에 ‘두산 DNA’가 뿌리내리기 어려울 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 감독은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단어가 ‘초보 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