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21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줄고 가계 빚은 불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약화하고 있어서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대비)이 5.6%를 기록하며 전월(5.7%)에 이어 상승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체감도가 높은 서비스 물가는 21년 만의 최고치인 4.2% 올랐다. 2020년 0%대에 그치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0%로 올라선 뒤 올해 7월 4.0%를 기록하면서 줄곧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서비스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서비스 물가가 6.4%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를 보였다.
특히 외식 물가가 9.0% 상승해 1992년 7월(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햄버거가 13.5%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갈비탕ㆍ김밥(각 12.9%), 자장면(12.2%), 해장국(12.1%) 등도 크게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더 뛸 가능성이 높다. 이달 전기ㆍ가스요금 인상과 고환율 지속, OPEC플러스(+)의 원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우려 등이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계속 줄고 있어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전체 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391만9000원)은 1년전보다 15만 원(4.0%)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360만4000원)은 8만2000원(2.2%) 줄었다. 통장에 찍힌 월급은 15만원 올랐지만 고물가 영향으로 실제 체감 월급은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실질임금은 올해 4월(-2.0%)을 시작으로 7월(-2.2%)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근로자의 체감 임금 감소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 원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한국의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구 부채 총액 통계를 보면 2008년 138.5%였던 것이 지난해 200.7%로 급증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가계 빚 급증이 지속된다면 소비 여력이 저하되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내놓은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약1000명)의 59.7%는 올해 하반기 소비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평균 소비 감소폭은 3.6%로 집계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활력 제고 등 경제의 공급능력 확충을 통한 물가 안정에 주력하고, 선제적 세제·금융지원으로 가계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