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계부채 보단 물가·환율과의 전쟁과 한미 금리역전 부담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50bp 기준금리 인상, 1bp=0.01%포인트)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 마지막 금통위가 예정된 11월엔 베이비스텝(25bp 인상)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봤다. 아울러 한은 금리인상 사이클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이투데이가 증권사 채권연구원 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총재 포함 7명의 금통위원 전원이 찬성할 것이라는 만장일치(12명)가 한두명 정도는 베이비스텝을 주장하는 소수의견(4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보다 많았다.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오른데다, 최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라며 “가계부채 보다는 환율 대응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연준에 비독립적인 한은이라는 입장을 이야기했던 이 총재 언급을 생각하면 한은도 빅스텝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1월 금통위에선 빅스텝(7명)보단 베이비스텝(9명) 전망이 다소 우위를 보였다. 경기하향 가능성과 함께 가계부채 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무작정 연준 보폭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경기부문에 대한 부담이 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경기가 식는 속도를 생각하면 11월엔 25bp 인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한미 금리역전 폭을 생각하면 추가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대외 통화정책 변수가 달라졌다. 한은이 생각했던 연준의 (기준금리) 최종 레벨이 낮았다는 점에서 이를 메우기 위해서도 50bp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5명의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내지 2분기까지 금리인상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을 최대 100bp 내지 125bp차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다만, 내년 2분기부터는 연준과 한은 모두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긴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과 미국 모두 경기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물가도 향후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여 연준은 내년 초 한은은 내년 2분기 중 금리인하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