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31일 남북관계 악화로 북한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새로운 지원을 이끌어내고자 최근 비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한국 압박 카드를 제시하고 있어 양측 관계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KDI 이석 부연구위원은 이날 '남북교역의 변화와 남북관계 경색의 경제적 배경'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2007년까지 남북교역의 중추적 역할은 ▲ 북한에 대한 국제 금융상 환관리를 받지 않고 금 또는 각국의 통화와 바꿀 수 있는 화폐인 '경화(hard currency)'의 공급과 ▲ 대북 무상지원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되며 북한의 대외거래 전반을 확대시켜 주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남북교역을 통한 경화 공급을 통해 2000년대 북중무역의 확대를 가능케 하는 경제적 기초로 작용했다.
한국은 북한의 수출에 있어 최대 교역 상대국인 동시에, 북한의 수입에 있어 중국을 능가하는 대북지원을 실시한 가운데 남북교역은 일본의 대북 제재에 따른 대일교역의 감소를 대체함으로써 북한 무역의 안정적 확대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이들 양 축이 모두 무너지면며 북한은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대남 압박에 돌입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3~4월 비상업적 한국의 대북지원의 감소 추세가 확인되자, 북한은 남북당국 간 대화를 전면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5~7월 실질교역 흑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상대적으로 실익이 적은 금강산 관광에 대해 강경 조치로 맞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10~12월 모든 남북교역 추세가 급락세로 반전하자, 개성공단 폐쇄 위협과 '12.1조치' 등 남북대결 태세에 돌입됐다고 풀이했다.
이석 부연구위원은 "올해 더욱 강경해진 북한의 태도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남북교역의 위축과 이로 인해 북한경제의 고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우리를 압박해 새로운 대북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악화로 북한이 경제적 고통을 받으며, 또한 북한은 이러한 고통에 반응한다는 점을 시사다"며 "우리의 이른바 기다림의 대북전략은 특히 올해부터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북한의 고통이 클수록 각종 비경제적 수단으로 우리를 압박할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 불안도 지속될 것"이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