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올라 전월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가 주춤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다만 여전히 5%대의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상승세에 전기·가스요금 인상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통계청은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93(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에 4%대를 넘어섰다. 5월(5.4%)에는 5%대를 돌파했고, 6월과 7월엔 각각 6.0%, 6.3%씩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8월(5.7%)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 폭이 둔화해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9월 물가 둔화세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한풀 꺾인 영향이 컸다. 8월 석유류 상승률은 16.6%로, 지난 6월(39.6%) 정점을 찍은 뒤 7월(35.1%), 8월(19.7%)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의 상승 폭도 6.7%로 전월(7.0%)보다 줄었고, 물가 기여도도 전월 2.44%포인트(p)에서 2.32%p로 하락했다. 다만, 가공식품은 8.7% 올라 전월(8.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농·축·수산물의 상승세 또한 둔화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6.2% 상승했지만, 전월(7.0%)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축소됐다. 채소류(22.1%)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은 8.7% 올랐고, 채소류 중에서는 배추(95.0%), 무(91.0%) 등의 상승세가 컸다. 농산물에서는 쌀(-17.8%), 고구마(-17.4%) 등의 가격이 내려갔다. 축산물과 수산물의 상승률은 각각 3.2%, 4.5%를 기록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상승세는 여전히 가팔랐다. 개인서비스는 6.4% 올라 전월(6.1%)보다도 상승 폭이 커졌고, 상승률로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외식 물가는 9.0% 상승해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그동안 오름세가 컸던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누적돼 재료비 전반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외식 중에서는 치킨(10.7%), 생선회(9.6%) 등의 가격이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14.6% 상승해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전월(15.7%)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다만 10월에는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돼 다시 오름세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이번 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모두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5%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4.1% 상승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6.5% 올라 전월(6.8%)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신선식품지수도 12.8% 상승해 전월(14.9%)보다 오름세가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정점과 관련한 질문에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둔화하는 데에 가장 주요하게 기여하는 게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 둔화"라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이 석유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