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헬스케어 업종, 특히 우려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연차보고서인 ‘10K’에서 대만을 위험 요인으로 언급한 사례가 지난 12개월 동안 크게 증가했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10K 보고서가 가장 많이 제출되는 3월에는 무려 116개 기업이 비즈니스 위험 요소로 ‘대만’을 언급했다. 또 이달 들어 대만이 언급된 수 ‘12개월 이동평균’이 22.42건으로 적어도 16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FT는 분석했다.
기술업체들이 대만 이슈를 우려하는 가운데 그중 반도체 산업의 불안이 두드러졌다.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고 최근에는 가장 위험한 지정학적 화약고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만일 중국과의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미국 기업들은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첨단 무기, 심지어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헬스케어 업종이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대만 이슈를 우려하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직접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대만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무력 충돌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정기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대만을 실질적으로 봉쇄하게 되면 사물인터넷(IoT)과 데이터센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반도체에 의존해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들에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올해 1월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가 2019년의 평균 40일분에서 지난해 5일분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대만 등 동맹국에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미국 정부나 기업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