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존폐위기] 高물가에 인기몰이…국비 예산 ‘0’에 또 달궈진 골목상권

입력 2022-09-20 05:00 수정 2022-09-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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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후폭풍 거세
"지역경제 활성화 무시한 처사" 목소리
곳곳에 '예산 증액' 릴레이 시위 이어져

#서울 성북구에 사는 A씨는 지난 1일 서울지역 상품권인 성북사랑상품권 구매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접속자 폭주로 네트워크 재접속이 반복되는 사이 상품권 판매가 완료됐다. 고물가 속에 조금이나마 돈을 아끼려 했던 A씨는 구매 실패로 속이 상한 데다 내년부터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판매량이나 할인율이 축소될 수 있다는 소식에 아쉬움마저 컸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639조 원 중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 6000억 원이었던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이 내년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자 지자체장과 시의원들은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릴레이 챌린지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들은 동력을 잃은 지역화폐 제도를 되살리기 위해 줄줄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A씨처럼 단 몇 %라도 지출을 줄이려 꾸준히 지역화폐를 사온 구매자들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주 정부의 지역화폐 국비 전액 삭감을 규탄하고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등 11개 단체가 국회에서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에선 7개 시민단체가 지난 15일 정부를 향해 예산 떠넘기기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2018년 군산, 고성 등 고용·산업위기 지자체에 한정해 1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지원 범위를 넓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정부가 전국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발행을 확대했다. 2020년 6298억 원이었던 지원규모는 지난해 1조2522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역화폐는 할인된 금액으로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어 시민들이 관심이 크다. 성북사랑상품권의 경우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정부가 2%, 시가 6%, 구가 2%를 부담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물가로 지출을 줄이려는 시민들이 몰려 지역화폐가 불티나게 팔렸다. 서울시 18개 구가 추석을 앞두고 발행한 지역사랑상품권 판매는 순식간에 완료됐다.

무엇보다 지역화폐 예산 삭감에 소상공인들의 실망감이 역력하다.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손질한 배경에 재정 건전성이 깔려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날벼락 처사라며 망연자실 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예산 삭감에 지자체들이 발행 규모나 할인율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없으면 할인율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돈줄 끊기가 상권 매출에 직격탄을 입힐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자체가 발행하는지역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한 반면 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 상품권 예산은 되레 커진 것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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