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코스피시장이 美 증시 조정에도 불구 차익매물을 거슬러 나흘째 상승,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4일)는 단기간 급등으로 피로가 누적된데다 부실자산 해소안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금융당국 수장들의 금융권 규제 강화 방침 언급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주요지수가 2% 내외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소폭 하락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차익실현 매물과 저가매수세가 팽팽히 맞서며 보합권 전후의 좁은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들어 프로그램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오름세로 반전, 전일대비 7.32p(0.60%) 오른 1229.02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63억원 순매수로 7거래일째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소규모 금액이지만 투자심리 안정에 일조했고, 개인도 17억원 매수우위로 대응했다. 반면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에도 불구 138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차익실현에 무게를 뒀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094억원) 위주로 1642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장 후반 지수 반등을 뒷받침했다.
미국 부실자산 매입안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약세를 나타냈다.
중국증시가 7일 연속 랠리에 대한 부담을 노출하며 급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2.00%)가 철강 등 상품주를 중심으로 하락반전했고, 닛케이지수(-0.10%)는 2월 수출이 사상최대폭으로 급감했다는 소식에 수출주를 중심으로 약보합 마감했다.
그밖에 항셍지수(-2.07%)와 싱가포르지수(-0.86%)가 내렸고 대만 가권지수는 1.99% 올랐다.
증시 상승에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두달여만에 136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0.50원 내린 1363.00원으로 마감했다. 채권시장은 시장안정책 기대와 추경용 국채 발행 부담이 맞물리면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은행株 혼조, 해운•원자력•하이브리드 테마株↑
증시의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전일 강했던 건설, 기계 등 경기민감주들의 강세가 이어졌고, 종목장세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일부 테마주들이 준동했다.
업종별로는 기계(2.69%)와 증권(1.86%), 유통(1.47%), 건설(1.20%), 의약품(1.02%), 운수창고(0.93%), 철강금속(0.73%), 전기전자(0.27%) 등이 올랐고, 종이목재(-1.23%)와 전기가스(-1.21%), 의료정밀(-0.55%) 등은 내렸다.
머지않아 경기하강에 제동이 걸리고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로 한진해운(6.04%), 대한해운(7.49%), STX팬오션(4.46%), 흥아해운(9.75%) 등의 해운주들이 모처럼 동반 급등했고, STX조선(6.02%), 한진중공업(4.22%), 삼성중공업(2.99%), 대우조선해양(2.22%) 등의 조선주들에도 매기가 몰렸다.
미국 금융주들의 급락 소식을 접한 은행주들은 KB금융(0.43%)과 하나금융지주(3.29%), 기업은행(1.82%), 우리금융(0.92%)이 오르고 신한지주(-0.92%), 부산은행(-3.39%)이 내리는 등 혼조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삼성전자(-0.54%)가 7거래일 만에 하락반전한 것을 비롯해 등 한국전력(-1.25%), 현대차(-2.04%), KT(-0.25%), KT&G(-0.53%) 등이 떨어지고 POSCO(0.26%)와 현대중공업(1.95%), SK텔레콤(1.33%), LG전자(2.06%), LG(3.99%), LG디스플레이(2.36%) 등은 상승했다.
대형주들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반면 개별 테마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하루였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원전건설 추진으로 원자력산업이 수출 효자업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범우이엔지와 모건코리아, 티에스엠텍, 보성파워텍, 비엠티, 엔케이 등이 무더기 상한가에 진입했고, 한양이엔지(8.19%), 일진 에너지(8.98%), 한전KPS(6.92%), 두산중공업(4.17%), 케이아이씨(4.00%) 등의 원전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한국남부발전과 효성, 현대중공업 등 3사가 이달 중 풍력발전단지 조성 컨소시엄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소식에 풍력을 비롯한 대체에너지주들과 하이브리드카 관련주들이 꿈틀거렸다.
현진소재(7.89%)와 평산(7.21%), 유니슨(3.68%), 주성엔지니어링(9.45%), 에스에너지(6.48%), 태웅(1.38%), 아트라스BX(6.91%), 세방전지(6.88%), 삼화전기(8.75%), 삼화전자(7.23%), 넥스콘테크(4.08%) 등의 테마주들이 고무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편 추경 예산 편성 수혜를 받게될 것으로 기대되는 글로벌 경쟁력 보유 바이오•제약관련주들의 강세행진도 이어져 크레아젠홀딩스, 에스텍파마가 상한가에 진입한 것을 비롯해 오스템임플란트(9.09%), 메디포스트(8.70%), 일양약품(8.29%), 중앙바이오텍(8.18%), 바텍(7.32%), 메디톡스(6.35%), 세운메디칼(4.77%), 디오스텍(4.31%), LG생명과학(2.36%) 등이 큰폭 상승했다.
휴맥스가 수익성 개선 전망에 8.81% 폭등했고, 1분기 어닝시즌 진입을 앞두고 피앤텔(7.86%), 에이스테크(5.20%) 등의 실적호전주들이 급등하며 시선을 끌었다.
열정과 냉정 사이
미국정부가 민간부문 투자를 끌어들이는 부실채권처리프로그램(PPIP)을 마련한데는 기능적인 측면외에 적지 않은 고민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라는 용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일만큼 시장원리를 신봉해왔던 정부로서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촉발된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몰락'이라는 혹평에 어지간히 신경이 쓰였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민간자본 색채를 띠는 방안을 도출해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중에 있을지 모를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부실 금융기관의 과감한 퇴출과 금융시장기능의 자연스러운 복원, 즉 '시장원리 중시' 스탠스를 고집하고 싶지만(열정) 그 엄청난 파급력으로 인해 정부는 은행 국유화와 같은 시장 개입(냉정)을 불가피하게 선택했다.
그러나 각종 금융지원책이나 부실채권 처리 해법이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즉 시장기능을 살려 마련됐고 만족할만한 효과를 냈다는 식의 포장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원리를 포기하지 않고 싶어하는 오바마 정부의 속내에도 불구 규제를 강화활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규제'에 익숙하지 않았던 미국 정부가 최근들어 규제의 목소리를 부쩍 높이는 양상이다.
버냉키 의장과 가이트너 장관은 24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을 통해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권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시장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감독이 요구된다"고 말했고, 버냉키 연준 의장도 "AIG 사태는 시스템상 중요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마불사'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새로운 청산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한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는 '대마불사'의 상징인 AIG, 씨티그룹 등 부실 금융기관들의 과거 처리 해법에 대한 불편한 기억들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증시는 냉정보다 열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증시에서 BoA(-7.8%), JP모간체이스(-9%) 등의 금융주들은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 방침에 일제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증시는 금융 및 경제 위기 극복과정에서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는 미국정부의 정책 및 관련 멘트들에 따라 춤을 출 것으로 예상된다.
건실한 숨고르기
부실자산 해소안의 약발은 뉴욕증시의 경우 하루밖에 가지 못했다.
향후 민간부문의 추가 참여 여부와 부실자산의 평가문제 등 넘어야할 산이 많은 가운데, 연준(FRB)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자본을 억지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부실자산 해소 처리방안 마련이 금융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길이며, 큰 줄기를 바로 잡았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급등 부담에 비하면 24일 뉴욕증시의 조정폭은 건실한 숨고르기에 불과하다.
아직 주가의 급등에 의미있는 실물 경제지표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어마켓 랠리 평가를 면하기는 어렵다.
다만 무게감이 덜하더라도 긍정적인 시그널들은 자주 관찰되고 있다.
2월 기존주택판매와 주택착공 건수가 일시적이나마 월가 전망치를 뒤엎고 크게 증가한데 이어 1월 주택가격이 전월대비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주택경기 회복을 논하기 위해서는 (모기지대출의 기초자산인) 주택의 가격 회복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물론 반등의 연속성이 검증되어야 하고 이날 밤 발표될 신규주택판매 등의 지표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주택경기 하강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가 지난 1월~2월에 경험했던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음달 발표될 OECD 경기선행지수, 실적 개선 립서비스로 최근 랠리를 촉발한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실적 확인이 남아 있기 때문에 뉴욕증시가 당장 120일 경기선을 돌파하는 급등세를 연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일 언급한대로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금일처럼 어느정도 유지되는 가운데 종목장세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급등후 눌림목 숨고르기가 양호한 종목, 정책수혜주를 포함한 모멘텀 보유주, 1분기 실적호전주들에 집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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