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수주 호황기임에도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동종업계 내에서 한쪽 기업으로만 부당한 방법으로 인력 이동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인력난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경쟁사들에 피해를 주며 공개채용을 가장한 유인 채용을 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는 인력난으로 발생한 문제로, 정부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 4곳이 자사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해 채용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국조선해양이 300여 명에 달하는 자사 핵심 인력에 접근해 통상적인 업계 수준 이상의 연봉과 보너스를 제안했다며 이는 불법적인 유인행위라고 보고 있다. 또 유출된 인력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과 관련된 고급 인력이라는 점도 이들의 제소 근거 중 하나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력 이동이 어느 정도 있었고, 계속 문제가 돼서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산업은행이 상호 간의 인력 유인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협약도 받아내 올 3월 유인 채용 금지협약을 맺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한국조선해양은 부당하게 유인 채용을 지속해왔고, 그 결과 최근에는 한국조선해양으로 인력 이동이 많았다"며 "공정위까지 제소할 정도면 그동안 한국조선해양의 부당한 채용이 얼마나 있었는지 말해주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가 인력난을 다 같이 겪고 있는 상황에서 꾸준히 진행해온 공개 경력 채용을 부당한 유인행위로 바라봐야 하는지는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한국조선해양 측의 입장은 "2014년부터 꾸준히 공개채용을 진행해 왔고,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타사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빼 온 적이 없고, 경력직 채용은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유출은 산업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기업 경영의 문제라고 봐야 하지 단순 이직을 부당하게 바라보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평균적인 임금 이상의 것을 준다고 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통상 그 이상의 처우를 해주는 건 회사 내부에서 임금 수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디 출신이어서 채용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건 또 다른 차별일 것이고, 이직의 자유가 있고, 또 회사는 필요한 인력이 있으므로 그 조건이 서로 맞아서 채용이 진행된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일이 인력난으로 발생한 것으로, 정부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놓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19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인력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조선업계가 세계경쟁력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적극적으로 투자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도 인력확충, 기술개발, 생태계 조성 등 3대 분야의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