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8일 누적 강수량은 서울 동작 417.0mm, 서초 387.0mm, 강남 367.5mm였다. 100여 년 만에 쏟아진 물폭탄에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는 실종자 4명이 발생했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수해를 입었다. 한국 최고 집값을 자랑하는 강남의 명성이 무색했다.
이에 AFP통신은 2012년 가수 싸이의 히트곡인 ‘강남 스타일’에 등장하는 부촌 강남구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하며 “강남은 경제의 중심이고 개발이 잘된 곳이라는데 자연재해에 이렇게 취약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강남의 침수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2011년에도 침수 피해와 우면산 산사태 등을 겪는 등 강남은 집중 호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마포구 망원동과 성동구 성수동 등 강북 지역에 침수 피해가 잦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강남 지역이 상습 침수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에만 침수 피해가 잦은 이유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우선 지형적으로 강남은 구릉지 형태로 주변보다 지대가 낮고 인근에 하천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에 비가 내리면 곧바로 강남 지역으로 빗물이 흘러가게 된다.
또한, 강북에 비해 아스팔트로 덮인 면적이 많아 빗물이 땅으로 흡수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 역시 잦은 침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하철역 등 지하 공간이 넓어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둘 수 있는 저류 시설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도 침수피해를 가중한 것으로 여겨진다.
자연재해이기는 하나 인근 강남대로 하수관로의 시공 오류 등 인재로 인한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 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잘못 시공된 하수관로를 바로잡아 빗물이 하천으로 흐를 수 있게 하천 수위보다 높은 지대와 낮은 지대의 경계를 조정하고, 서울남부터미널 일대로 모이는 빗물을 가까운 반포천으로 내보내는 유역 분리 터널 등 배수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배수 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계획이 수립된 지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공되지 않았다. 예산 편성이 미흡과 더불어 사업 구역 내부에 있는 장애물들을 치우는 데 시간이 소요돼 2024년쯤에야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천 유역 분리 터널은 올해 6월 완공됐다. 그러나 30년 전 빈도 기준인 시간당 95mm까지만 대응할 수 있게 설계돼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쏟아진 이번 폭우 피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총예산 1조4000억 원이 투입된 배수 종합대책에도 물난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당시 계획했던 수방시설 확충사업 예산은 2022년 현재 모두 투입한 상황”이라며 “이번 집중호우는 방재한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갑자기 쏟아지면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현황을 면밀히 조사한 뒤 추가적인 치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추가 대응에 필요한 예산은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