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이 이어진 데다,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노력과 분기 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및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적 요인 등이 가세했다.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에 따른 기업대출 수요 확대도 주요 요인이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1137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12조2000억 원 불었다. 7개월째 증가세이며, 7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 2조 원 원을 포함해 6조8000억 원 늘었고, 대기업 대출도 5조4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는 7월 기준으로 가장 컸는데,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에 따른 기업대출 수요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황영웅 차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라며 “이에 따라 회사채 직접 발행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 금융보다는 대출 시장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얼어붙었다. 7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5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3000억 원 줄었다. 7월에 가계 대출이 줄어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치솟는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기타대출 감소폭이 전월보다 확대됐다.
황영웅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 둔화에도 집단 및 전세자금 대출 취급이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지속했다”라며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 정부의 대출규제 지속(차주 단위 DSR 3단계 시행)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수신 잔액은 7월 말 현재 2200조2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10조3000억 원 감소했다.
수신 종류별로 보면,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저축성 예금으로의 자금이동, 계절적 증가요인 소멸, 부가가치세 납부 등을 위한 기업자금 유출 등으로 53조3000억 원이 줄었다.
정기예금은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제고 등을 위한 자금유치 노력,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 자금 유입 등으로 31조7000억 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