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이 공시이율 인상에 더불어 예정이율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애초 조정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금리 오름세가 장기화되고 폭리 지적이 이어지자 본격적인 보험료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하반기 생명보험 가입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10월경 예정이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도 "일부 상품에 대해 예정이율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출시되는 신상품에 인상된 예정이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최근에 출시한 ‘올인원 암보험’(2.0 → 2.25%), ‘행복종신보험’(1.75 → 2.25%) 등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만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생명보험 '빅3'가 하반기 예정이율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나머지 중소형 보험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이율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로 보험사가 채권 투자 등으로 운용해 얻어질 것으로 보이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낮아진다.
그간 생보사들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예정이율 조정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1.75%p 오르는 동안 상위 5개사는 예정이율을 0.25%p 가량 상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예정이율 변동이 한차례도 없었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19년부터 작년 초까지 생보사들은 한 두차례 예정이율을 낮추며 보험료를 10~20%가량 인상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은 한 번 조정 시 0.25%p 가량 변동하는데, 이럴 경우 보험료는 약 5~10% 인하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생명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커졌지만, 보험료 인하에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들어 본격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의 간접적인 압박도 피할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시장금리지만, 그것만으로 인상·인하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며 "예정이율 인상 계획은 보험가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소비자들이 가입 시기를 늦추게 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생보사들은 금리연동형 상품의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인 공시이율은 계속해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을 2.7%에서 2.75%로 상향했고, 한화생명은 2.72%에서 2.77%로 상향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에 비해 0.2%p 올린 2.8%로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