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무대를 철거하던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자와 사업장에 중징계를 내리는 법이다.
지난달 31일 가수 싸이(PSY)의 콘서트 ‘흠뻑쇼’ 무대 철거 작업을 하던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2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무대 철거 작업을 하던 20대 몽골 남성 A 씨가 20m 아래로 떨어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강릉소방서는 경찰에 곧바로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추락한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A 씨가 전날 열린 공연 무대 철거를 위해 5층 높이로 설치한 철골 구조물에서 작업하다가 미끄러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강릉의 하루 강수량은 11.5mm였다.
경찰은 A 씨 사망 사고를 일단 변사 처리했다. 다만 이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을 규율할 수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며, 추가 조사를 진행할지 검토 중이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은 기업이 스스로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종, 기업 규모, 작업 특성 등에 따라 기업별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제거·대체·통제하는 등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통해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특히 동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할까. 일단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철거 작업 중 모든 안전 규칙이 적절히 이행됐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때문이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를 다했다면 의무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이때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종사자가 작업계획서에 따라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작업하도록 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구축 및 이행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이러한 규칙들이 적절히 이행됐음에도 돌발상황이 발생해 사고가 일어났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사고의 경우 이미 태풍이 예고된 상황이었다는 점이 변수다.
또 사업장이 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는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 사업주에 한정) 또는 경영 책임자 등에게는 중대산업재해로 인한 처벌 조항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의 경우에도 시행이 3년간 유예됐다.
아직 흠뻑쇼의 철거 사업자의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2만 명 안팎의 무대 설치·철거 작업에 100여 명 수준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2만5000여 명이 관람한 강릉시 흠뻑쇼 철거 작업에서도 100명 이상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철거 투입 인원이 대부분 일회성 계약직이라 상시 인원 50명을 넘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