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전국 영업점을 줄이는 가운데, 판교 영업점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앱이 주식 계좌 개설과 거래까지 영업점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영업점 수는 줄고 있지만, 판교의 젊은 신흥 부유층을 겨냥한 증권사들의 영업은 더 확대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영업점은 1486곳이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이 수치는 824곳을 기록했다. 1년 동안 평균 66.2곳이 없어진 셈이다. 올해 들어서 추가로 1곳이 없어지면서 지난 3월 기준 전국 증권사의 영업점은 823곳이다.
증권사들이 영업점을 줄이는 이유는 유지비 때문이다. 수도권 내 주요 신도시 영업점 1곳의 1년 지대는 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 증권사의 수도권 신도시 영업점 1곳의 보증금은 20억 원대로, 월 임대료만 3000만~4000만 원이다. 부가 비용까지 계산하면 영업점 1곳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해 증권사들이 영업점을 줄이는 것이다.
반면, 판교는 오히려 증권사 영업점이 늘고 있다. 증권사들은 판교가 수 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기존 판교WM센터를 판교 비즈 플러스 금융센터로 확장했다. 이곳에선 최고경영자(CEO)와 고소득 임직원 등 개인 고객 대상의 자산관리 어드바이저 서비스와 기업 대상의 자산 운용, 자금조달 컨설팅, 연금제도 컨설팅을 제공한다.
특징은 자산관리(WM) 어드바이저와 법인 영업 인력(RM), 연금 컨설팅 RM이 판교점에 상주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개 영업점은 세부 인력은 세팅하지 않아서 본사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NH투자증권의 판교WM센터는 세부 인력을 아예 상주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판교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판교에 집중하는 건 NH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KB증권도 판교 지점을 확대 리모델링 했다.
판교는 국내 대표 IT기업들과 바이오 기업이 들어선 지역으로 증권사 입장에선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교에 스타트업과 같은 신흥 부유층으로 꼽히는 분들이 늘어 근교에 증권사들이 지점을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판교에 지점을 여는 증권사들은 WM과 법인 영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일찍이 판교에 발을 디뎠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월 판교에 본사 연금 부문을 이전하고 자산운용특화점포 투자센터를 출범했다. 센터엔 연금, 글로벌 투자, 세무, 부동산 등 분야별 전문가가 배치됐다. 법인과 개인 고객을 동시에 염두에 둔 것이다. 현금 부문은 법인 대상 다양한 퇴직연금 컨설팅과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WM은 초개인화된 전문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1월 판교금융센터를 개점했다. 이 센터는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대상의 SNI지점, 일반 우수고객 대상의 WM지점, 법인 고객 대상의 기업금융지점 등 3곳의 지점이 한 곳에 모인 복합 영업점포다. 판교에 입주한 스타트업 임직원부터 법인 자금까지 토탈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교 지점이 없는 증권사들도 영업점 오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