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물가는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긴축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령에 점차 사로잡히고 있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절체절명의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바이든의 우유부단하면서도 고집스러운 행보가 계속되면서 수렁에서 빠져나갈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에서 다시 세계를 실망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에너지 대란을 진정시키고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상황이어서 증산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 찼는데 실망스럽게도 빈손으로 귀국한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화제가 된 것은 바이든과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먹 인사’였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꼽으면서 그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했던 바이든이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이에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면죄부까지 줬다며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렇게 욕먹을 것이 뻔한데 어설프게 주먹 인사만 하고 정작 그 주먹에는 아무 것도 쥐지 못한 채 귀국했다는 것이 사실 더 큰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에서의 24시간은 미국과 사우디의 진실공방으로만 점철됐다. 바이든이 “원유 증산과 관련해 몇 주 내에 추가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바로 사우디 측이 증산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바이든이 미국과 사우디 대표단 앞에서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무함마드 왕세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우디 외무장관이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며 부인하기까지 했다.
바이든은 도대체 사우디는 왜 갔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위기 등 전 세계가 막대한 경제적, 안보적 위험에 놓여 있어서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고 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입장에 얽매여 갈팡질팡하는 모습만 보여서 오히려 신뢰를 잃고 말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인권 침해라든지 자국과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제로 코로나’라든지 온갖 이슈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행동하지 않는다.
정반대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대중국 관세 일부를 철폐하거나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중국 관세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지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은 여전하다.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개월째 탁상공론만 하고 아무런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렇게 어려운 이슈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인데 바이든은 자신이 무엇을 해도 비난받을까봐 두려워 방관하는 형국이다. 그만큼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 책상 위에 “공은 여기서 멈춘다”라는 명패를 놓아두었다고 한다. 최종 결정권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을 상기하려 한 것이다. 그만큼 트루먼은 일본 원자폭탄 투하와 한국전 참전 등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바이든도 무기력한 모습을 내던지고 과감한 결단에 나설 때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온갖 비난을 받았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만도 못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율 반등을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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