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근로자들이 사직이나 자발적 실업을 택하는 현상이 늘고 있는데 우선 보육·간병 서비스 고용 수준이 팬데믹 이전 이하로 내려가면서, 약 300만 명의 여성이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퇴직했다. 또한 코로나 기간 중 나이 든 경력자 300만 명 이상이 직장 내 건강과 안전 문제로 조기 퇴직하고, 미국 근로자 25%가 새로운 경력으로 전환했다.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면서 이를 거부하는 사직도 늘었다. 직장 내 일할 인원이 부족해지자, 남은 직원들의 피로감과 책임 위험이 증가하면서 사직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산업 분야는 건설, 제조, 트럭운송 분야다. 건설회사의 55%가 자격을 갖춘 근로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조업도 경험자 부족으로 인한 작업장 사고가 늘어 관련 보험 청구의 35%를 차지한다. 트럭운송도 8만 명의 운전자가 부족하다.
영국도 브렉시트 이후 다른 유럽 국적자의 취업이 제한되면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분기 영국 내 유럽연합(EU) 국적 근로자 수는 전년보다 21만 명 감소했다. 여기에 철도 파업 등 고물가에 임금상승을 요구하는 파업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숙달된 인력을 충원하기가 힘들어 항공편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거리두기 해제 이후 채용을 늘리면서 구인난이 심각하다. 1명 이상 사업체의 올 1분기 미충원율은 13.4%로 전년 동기보다 3.8% 상승했다. 제조업(5.8만 명), 운수·창고업(2.2만 명), 도·소매업(1.8만명) 순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미충원율이 높은 업종은 운수·창고업(47.9%), 제조업(28.6%), 정보통신업(21.0%), 금융·보험업(16.6%) 순이다. 미충원의 이유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맞지 않고(23.7%), 요구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19.0%)가 가장 많다. 올 4월 1일 기준 기업의 부족 인원은 64만 명으로 작년 상반기 23만 명보다 많이 심각해졌다.
음식점, 카페, 영화관, 호텔 등 대면 서비스업의 알바 구인난도 심각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코로나19 이전보다 70~90% 수준의 매장 인력밖에 구하지 못해 검표원 없이 자율 입장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일할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기준 15~29세 인구는 860만 명으로 2019년 같은 달보다 47만 명이나 줄었다. 올해만 추가로 20만4000명이 또 줄었다. 코로나19 초기 때 대량의 인력 감축 이후 이들이 고용 시장을 떠난 상태에서 최근 고용이 늘다 보니 노동력 공급이 부족하다. IT 같은 신산업으로 인재가 몰리고, 운전기사들이 택배업으로 쏠리면서 다른 부문에서 구멍이 생겼다. 택배원은 작년 말 43만 명으로 1년 새 9.7% 증가했다. MZ세대는 파트타임 시급보다는 자기 시간이 확보되면서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비정규직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채용 프로세스 강화, 급여 인상, 추가 복리후생, 작업환경 개선, 기존 직원 인센티브, 직장문화 등을 개선하고 있다. 직원의 책임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신입직원 적응 프로그램, 정기 교육, 의사소통 등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채용 방법 다양화,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을 위해 당장 중장년층을 최대한 활용하는 묘안도 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