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외요인 변화에 따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인플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산업은 '석유 화학, 디스플레이, 의류' 업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5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산업별 스태그플레이션 노출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기평은 석유화학 업종이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가장 위험하다고 봤다. IT제품, 자동차부터 식품 용기까지 석유화학 제품은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어 석유화학 실적은 세계경제와 연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한기평은 "현재 석유화학 업스트림업체들이 다운사이클을 통과하고 있는 상태이며, 2023년까지 공급 부담에 따른 다운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업스트림은 원유 탐사와 생산까지 함께 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중국 중심의 공급 부담과 유가에 동반한 납사 가격 상승, 원자료 가격의 판가전가력 약화 등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업종 역시 코로나19 수혜가 옅어지며 TV 및 IT기기의 수요 위축에 따른 실적 저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은 "전방산업 수요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세트업체들의 재고축적 유인 감소까지 더해져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도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패널업체들의 물량 확대에 따른 LCD패널 가격 약세도 위험 요인이다. 특히 LCD TV 패널가격 하락 장기화는 경쟁관계에 놓인 OLED TV 패널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추이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류업계 실적은 가격 포지셔닝, 브랜드파워, 트렌드 등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기평은 "올해 들어 미국 정부의 긴축기조 전환에 따라 해당 국가 내 의류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 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글로벌 공급망 경색으로 인한 재고자산 운송 지연 등이 전방 업체의 운전자본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기하강 시 국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의 영업실적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내수 패션업체는 판매가격 조정을 통해 원가부담 증가분을 가격 상승에 연동할 경우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조정 가능한 가격폭이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한기평은 이달 들어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대외적으로 비우호적 요인들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목전이나 진입단계라고 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한 수요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할 것이고, 고용 상황 역시 악화될 것이며, 임금 인상률 역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