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주들이 우호적인 환율 영향에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이들 기업의 수출 마진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일 대비 0.54% 내린 18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부터 수직하락한 현대차 주가는 6월 중순 저점 16만8000원을 찍은 뒤 약 9% 상승하며 ‘W자’ 형태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도 6월 저점 대비 주가가 6% 올랐다.
양사는 제품판매 다양화와 우호적인 환율 영향에 기존 실적 전망치를 웃도는 2분기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는 2분기에 역대급 실적 달성이 예상되고, 현대차는 하반기에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이익 모멘텀이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평균 환율이 126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원 상승했다”라며 “현대차의 경우 3153억 원의 증익 효과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6월 저점 대비 각각 10%, 5% 주가가 오르며 상승세를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생산 물량 증가와 수출 마진 개선이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원화 약세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자동차운반선(PCTC)과 반조립제품(CKD) 부문의 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장중 1316.4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5.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3분기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도달했던 시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 총 3번이다. 1997년과 2001년 당시엔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가는데 4~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2001년엔 3.5개월이 걸렸다. 당시 평균 환율은 1년 이상 1300원 수준을 유지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T 버블 붕괴는 경제 위기가 아니었다. 지금도 침체 우려는 있지만 경제 위기라고 볼 수는 없고,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에 도달하는데 6개월 가까이 소요됐다”라며 “지금의 환율 상승은 경제 위기 때보다 IT 버블 붕괴 이후와 비슷해서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미 금리 역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 흐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치(9.1% 상승)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일각에선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그레이트스텝까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