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각각 다운증후군과 자폐스펙트럼이란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온 다운증후군 장애인 영희는 극 중에서도 그림을 그렸지만 실제로도 인물을 많이 그리는 화가라고 한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는 변호사다. 화가와 변호사,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직업 자체도 대단하지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인은 물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에게는 모두가 부러운 꿈 같은 일이자 워너비이다.
5~6년 전 발달장애 아동청소년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한 적이 있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들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습 지원은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특수학교에 다니던 아이도 있었고 일반학교에 다니던 아이도 있었는데, 모든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학교 졸업 후의 삶이었다. 고3이 되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도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일 때는 학교라는 갈 곳도 있고 복지관 등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갈 곳이 없어 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돌봄의 몫은 온전히 부모와 가족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미취업 발달장애인들은 집에 머물거나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수용 가능한 인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이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호 작업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종이가방 제작이나 볼펜 조립 등 단순 작업이다 보니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취업을 한다 해도 공장이나 마트 등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영희나 우영우 같은 발달장애인을 만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영희나 우영우처럼 개인의 특기나 취미가 있다면 발달장애인들의 삶도 희망적이고 부모들도 고민을 조금은 덜 수 있을 텐데,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는 것, 할 거리이다. 발달장애인들도 꾸준히 교육하고 훈련하면 얼마든지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삶의 행복감과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우리 사회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교육기간, 교육내용을 장애인의 특성에 맞춰 재조정해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거리를 늘리는 동시에 취업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멘토매칭 등 다양한 사회적,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김현주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