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날 “원심분리기로 20% 우라늄 농축” 선언
미국과 이란이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에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협상 타결이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러시아에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수백 대의 무인항공기(UAV)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이란은 러시아군이 이 UAV를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달 중 관련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란이 이미 러시아에 무기를 인도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최근 기밀 해제된 정보에 근거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다는 것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중 공세를 펼치면서 자국 무기가 부족해진 증거라고 평가했다. 4개월이 넘는 전쟁으로 러시아는 자체 보유 무기를 소진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무기를 지속해서 공급받았다.
드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게 이번 전쟁의 핵심 무기로 통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는 터키제 드론 바이락타르(Bayraktar)가 공중에서 러시아군의 탱크와 전차를 공격하며 활약하고, 러시아는 자국산 드론을 정찰에 사용하는 등 양측에서 드론을 활발히 이용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드론이 격추되거나 추락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드론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은 우크라이나의 새 바이락타르 구매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에 나섰으며, 미국은 스위치블레이드라는 무인항공기를 제공했다.
다만 CNN은 미국이 러시아가 드론 물량을 보충하기 위해 이란으로 눈을 돌렸다고 믿고 있지만, 이란제 드론이 얼마나 정교하고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외신은 이번 설리번 보좌관의 발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이 올해 초 공격용 드론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한 예멘의 후티 반군에도 제공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과거 미군을 공격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에 드론과 미사일 기술을 제공한 전력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도록 러시아에 제공한다는 정보는 미국 고위 관리들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란을 억제할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마련하라는 중동 동맹국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이란은 전날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IR-6 원심분리기로 농도 20%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미 희박해진 핵 협상 타결에 추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