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서 뺨맞은 러시아와 이란의 중국 쟁탈전...원유 헐값 경쟁에 중국만 ‘미소’

입력 2022-07-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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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러시아산 원유 하루 수입량 하루 110만 배럴
러시아 우랄산 원유, 브렌트유보다 30달러 낮게 판매
이란산 원유 중국 수출 4월 50만 배럴까지 감소
서아프리카 산유국도 긴장

이란이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낮추고 있다. 서방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가 중국에 원유를 헐값에 팔아넘기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어서다. 이란과 러시아가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중국만 ‘미소’를 짓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렸다. 5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10만 배럴에 달했다. 5월 한 달간 수입량은 작년 동월 대비 55%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에 올랐다.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하루 기준 2월 65만4600배럴, 3월 76만7600배럴, 4월 91만900배럴로 증가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중국으로 눈을 돌려 대폭 할인된 가격을 제시한 영향이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브렌트유 기준가보다 배럴당 30달러 낮은 선에서 중국에 판매된 것으로 추산했다. 전쟁 이전 러시아산 원유 판매가는 브렌트유와 비슷하거나 배럴당 1~2달러 낮은 수준이었다.

중국이 헐값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자 불똥이 다른 국가들로 튀고 있다. 중국 원유 수출 비중이 높았던 국가들이 러시아에 시장점유율을 뺏기고 있어서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4월 하루 5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5∼6월 70만 배럴 수준을 회복했지만, 러시아의 시장점유율 확대 유탄을 맞고 있다. 국제 에너지 컨설팅업체 팩트글로벌에너지(FGE)는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중국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재로 원유 수출로가 막힌 이란에 중국은 얼마 남지 않은 수출국 중 하나다. 중국 시장점유율 축소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시장점유율을 두고 러시아와 경쟁을 하게 된 이란은 강한 가격 인하 압박에 내몰렸다. 현재 이란산 원유는 8월 중국에 도착할 예정인 러시아 우랄산 원유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달러 낮다. 전쟁 전 브렌트유와 가격 차이가 4∼5달러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 격차가 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결국 서방 제재로 수출에 발이 묶인 러시아와 이란이 저가 경쟁을 펼치면서 중국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싱가포르 에너지 정보업체 반다인사이트 창립자 반다나 하리는 “이란과 러시아의 경쟁은 전적으로 중국에 유리하다”며 “대폭 싸진 원유에 시장이 점유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걸프 산유국도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아프리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앙골라·가봉·콩고민주공화국 등 서아프리카 산유국은 중국과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운송비용이 높다. 러시아와 인도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플러는 “이들 산유국 역시 러시아와 이란의 ‘헐값 경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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