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지난 일주일 새 1조 원이 넘는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직접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고, 간접 투자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30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일주일 사이 1조311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약 1조4000억 원이 순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자금이 몰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폭락하면서 종목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펀드 같은 간접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률도 선방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 한 주간 0.31% 상승하며 시장수익률을 소폭 웃돌았다. 섹터별로 보면 바이오, 자동차, 헬스케어 산업 등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들이 양호한 성적을 냈다. ‘TIGER KRX 바이오 K-뉴딜 ETF’와 ‘KODEX 자동차 ETF’의 일주일 수익률은 각각 5.96%, 4.65%를 기록했다.
반면 직접 투자 열기는 사그라들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끝없이 추락하면서다. 코스피는 지난 23일 2314.32까지 떨어져 연저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고점(3305.21)과 비교하면 약 30% 빠졌다. 전 세계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낙폭은 매우 가팔랐다.
문제는 부정적인 거시 환경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거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이 완화돼야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론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7월에는 지난달 들어 처음으로 시작된 연준의 양적 긴축(QT)과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투자 난도가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서둘러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을 이끌어 온 ‘동학개미’의 존재감도 흐려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조142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7394억 원을 던지며 ‘동반’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증시 대기 자금의 성격을 갖는 투자자 예탁금도 올해 초 67조 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7일 기준 57조 원으로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