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그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던 ECB가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11년 만의 처음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동결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지난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6년여째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 등 현행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내달부터 양적 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대대적인 긴축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ECB는 성명에서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방침"이라면서 "9월에도 재차 기준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기 물가상승률 전망이 유지되거나 악화하면 더 큰 폭의 인상도 적절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 이상인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ECB의 예고대로 긴축이 진행된다면 현행 -0.5%인 예금금리는 3분기 말 최소 0%가 돼 8년간 이어졌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종료된다.
이와 함께 ECB는 현행 자산매입 프로그램(APP) 아래 채권매입을 7월 1일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한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특별한 조건 아래 유동성 공급은 6월 23일로 종료할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정상화 과정에 대해 "과도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점진적 인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 관행이며 실제로 전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그렇게 수행하고 있다"면서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은 7월 한 달간의 한 걸음이 아닌 전체적인 여정"이라고 말했다.
ECB의 금리 인상 예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유로존 물가가 8%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ECB는 이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6.8%, 2023년 3.5%, 2024년 2.1%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8%, 2023년 2.1%로 하향 조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우리에게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로 복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갱신된 데이터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전진하기로 했다"면서 "9월 이후에도 기준금리의 단계적이지만,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