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늦어도 10분만 기다리면 버스가 오는데, 지방은 차 없이 이동이 어렵고 어디든 다 되는 당일배송도 지방은 안 된다. 생활인프라도 부족하고 가족도 친구도 없으니 지방에 근무하고 싶지 않다."(서울에 거주 중인 A씨)
인구와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 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수도권에 거주하며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 301명을 대상으로 ‘지방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지를 묻는 말에 49.2%가 '다소 그렇다', 23.6%가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별로 상관없다' 거나 '전혀 상관없다'는 응답은 각각 22.6%와 4.6%에 그쳤다.
비수도권 회사에 실제로 입사 지원하는지를 묻자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34.5%에 달했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회사여도 지방에 있으면 가지 않겠다는 얘기다. '가급적 지원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1.6%를 차지했고, 공기업 등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한다는 응답도 19.6%였다. '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한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가족·친구 등 네트워크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60.7%로 1순위로 꼽혔다. 이어 '생활·문화 인프라가 열악해서'(59.8%), '주거·생활비가 부담돼서'(48.9%) 순이었다.
청년들이 지방 기피 경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인구는 약 9만1000명으로 2010년에 비해 1.7배 이상 늘었다. 비수도권 인구 중 청년 비중 역시 2010년 19.7%에서 2015년 18.8%, 2020년 17.6%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근무 선호도 차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가늠해보기 위해, 앞서 수도권 회사를 택한 청년들에게 '연봉이 얼마나 높으면 지방 근무를 선택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1000만 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2000만 원'·'500만 원’(18.6%)이 동일한 응답수를 기록했고, 연봉과 관계없이 아예 지방에 근무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1%였다.
경기 판교에 거주 중인 B씨는 "지방에서 혼자 살려면 주거비와 식비가 별도로 더 들어가고, 주말에는 서울로 왕래해야 해 실제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 밖에도 부족한 생활여건이나 연애·결혼에 대한 걱정 등 간접적·심리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금전적 메리트는 더 커야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지역 생활여건 개선'(38.5%)을 꼽았다. 인구를 단순 유입시키는 차원을 넘어 그 안에서 자족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직 3년 차에 접어든 C씨는 "지방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지방생활의 불편함이 걱정돼 몇몇 좋은 지방기업에도 지원을 꺼리게 된다"며 "지역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여가·문화시설 등을 유치해야 지역 내부에서 소비가 일어나고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지역불균형 해소의 핵심은 결국 미래세대인 청년과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정착하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며 "청년 눈높이에 맞게 지역 생활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기업에 친화적인 제도와 인프라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