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과 거래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ESG에 대응할 준비조차 되지 않은 기업에 태반인데 거래 기업들이 ESG 평가와 요구 수준을 점차 강화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 협력사 및 수출 중소기업 62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대응현황 조사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업 10곳 중 2곳은 'ESG 평가 요구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요구한 거래처로는 대기업이 80.6%, 해외거래처가 28.2%였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8%는 요구받는 ESG 정보량 및 평가기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과 해외 거거래 기업의 ESG 경영 요구가 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거래처가 정확한 ESG 경영 요구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가이드만을 제공'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6.1%에 달했다. '명확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답은 26.6%에 그쳤다. ESG 평가를 요구하는 거래처의 지원은 ‘전혀 없음’(64.5%)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ESG 경영 요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처가 요구하는 ESG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컨설팅 및 교육 등을 통한 개선을 유도'한다는 경우가 20.2%였고, '미개선 시 거래정지·거래량 감소'라는 응답도 18.5%였다. ESG 경영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그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교육 자료나 시중은행의 ESG 우대상품 안내 정도의 지원이 전부"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부 기업은 현재 거래 중인 대기업이 (ESG를) 향후 구매정책에 활용할 것을 예고했다고 호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30%에 가까운 중소기업들이 가장 필요한 ESG 경영 지원으로 'ESG 경영 시설 개보수 비용'(28.8%)를 꼽았다. 예를 들면 신재생에너지 설비·안전장비·폐수처리시설 등 실질적인 지원이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국내 대기업 등 거래처의 ESG 평가와 요구수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막연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선 명확한 ESG 요구수준과 활용계획을 공유해야 한다"며 "ESG가 지속가능경영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대-중기 상생 도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