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담배를 피우는 분들은 어떻게 지내셨을까요? 회식이 줄면서 담배 피울 기회가 줄었다는 분도 있고, 흡연자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중병으로 이어진다는 뉴스를 보고 금연을 시도했다는 분도 있습니다. 반면,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히려 담배를 더 찾게 됐다는 분도 있고, 대면접촉을 가능한 한 줄이다 보니 금연 클리닉 방문도 꺼리게 됐다는 분도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남성의 금연시도율은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입니다. 1987년 WHO(세계보건기구)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담배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정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WHO는 올해의 주제를 ‘담배: 환경에 대한 위협(Tobacco: Threat to our Environment)’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담배가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담배의 경작과 생산, 판매 및 쓰레기 생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전반적인 환경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담배를 끊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셈입니다. 담배산업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온실효과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제주도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대지가 담배경작을 위해 파괴되고 있다고 WHO는 말합니다. 담배를 한 번 피울 때마다 가뜩이나 척박한 자원이 더욱 소모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물론 금연은 쉽지 않습니다. 매년 금연을 시도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전체 흡연자의 절반이 넘지만, 금연 시작 후 1년 동안 금연을 유지하는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여러 번 실패하다 보면 전자담배로 바꾸거나 흡연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타협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때문인지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동안 그 점유율은 더 높아져 2021년엔 전체 담배 판매량의 12.4%까지 이르렀습니다. 신종담배로 바꾸신 분들의 금연 시도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은 다시 시도되어야 합니다. 오랜 기간 친구로 생각했던 담배는 사실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나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사망률 1위인 폐암을 비롯해 다양한 암을 유발하고, 동맥경화의 주범으로 심근경색과 뇌경색을 일으키며,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원인이 되는 등, 직간접 흡연의 위험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세계 금연의 날을 계기로 금연을 시작하십시오. 과거 여러 차례 실패하신 분들 혹은 금단 증상이 괴로우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고려하십시오. 금연에 사용되는 약물인 바레니클린이나 부프로피온은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의원에서 진료 후 처방받으실 수 있습니다. 12주간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프로그램을 잘 따라오면 진료비, 약값 부담 없이 금연치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선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에서 금연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으셔도 좋습니다. 방문이 어려우시면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통해 체계적인 금연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 후, 2022년 5월 누적 사망자 수는 2만300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5만8000여 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2년간 600만 명이 넘었지만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800만 명이나 됩니다. 코로나19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동안 담배는 조용히 더 많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다시 금연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