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현장의 어려움을 내어놓고 해결하기 위한 콘퍼런스가 27일 개최됐다. 경찰대학과 두나무는 '자금세탁ㆍ금융사기 방지 학술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 디지털 자산 범죄의 선제적 대응과 금융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학술연구를 진행했다. 진화하는 디지털 자산 이용 금융 범죄에 대한 예방, 수사, 피해자 보호 등 대응 전략과 공조체제 마련을 위해 관-산-학이 머리를 맞대보자는 취지다.
실제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압수수색ㆍ수사협조 등 공문을 통해 수사당국이 거래소에 피해자의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요구한 건수는 총 511건이다. 다수를 차지한 유형으로는 △마약류관리(230건) △사기행위(111건) △정보통신망침해(39건)로 확인됐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원경 스트리미 준법감시실 전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2020년 발표한 상호평가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통계'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라며 "통계나 데이터 처리가 우수하고 접근이 쉽다는 의미로, 금융회사가 범죄예방을 위해 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ㆍSTR)를 적절히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가 급증함에도 관련한 통계가 거의 없다"라며 "각 거래소가 업무적으로 추적하고 누적하며 도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거래소뿐 아니라 수사당국 또한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에는 흔히 '코인 믹싱'이 활용된다. 일회용 가상자산 지갑을 생성한 후 해당 주소로 비트코인 등을 입금케 하고, 이를 많게는 수십 개의 지갑에 여러 코인(가상자산)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인출용 지갑으로 다시 수렴되는데, 이를 추적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만큼 수사 회피 수단으로 흔히 쓰인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 관계자들은 해당 과정에서 거래소 식별 기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기 행위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결국 가상자산을 인출하기까지 여러 과정이 필요하지만, 말단에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하는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 식별만 되어도 상당 부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대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침해대응기술팀 책임연구원은 "실제 (가상자산 자금세탁) 분석가의 역량과 무관하게 가상자산 거래 흐름 내에서 어떤 거래소를 갔는지, 코인 믹싱 서비스를 이용했는지에 대한 자동 분석이 필요하다"라며 "실제 거래 흐름 내에서 피의자의 주소를 입력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바로 식별할 수 있는 공유 표준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거래소와 수사 당국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연이어 이어졌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에 기반한 가상자산 거래소와, 범죄라는 도메인에 기반한 수사 당국이 지속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현 두나무 데이터밸류실 실장은 "어떤 사기 유형을 학습해서 특정 유형의 보이스피싱을 막는다고 해도 정말 순식간에 우회하고, 두나무의 패턴을 분석해 커뮤니티에 뿌리는 경우도 있다"라며 "새로운 패턴에 대해 주기적으로 학습하고 범죄 도메인과 협업할 수 있다면 범죄 총량이 계속해서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또한 "더불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투자자 보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라며 "소위 금융사고에 대해 '피해자'라 하면 사후적인 개념이 큰데, '투자자'라고 정의하면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