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커머셜이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리스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산업 경기 악화로 캐피탈사들이 위기를 겪었을 때 해당 신용평가 모델을 앞세워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가동하는 등 전략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28일 현대커머셜에 따르면 지난해 연체율은 0.24%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 회사의 연체율은 2018년 0.74%, 2019년 0.48%, 2020년 0.27%로 해마다 줄면서 안정화 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업금융 전문회사다. 상용차 할부금융과 리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인신용부실채권(NPL)투자, 기업 일반대출 등 기업 여신을 취급한다.
2018년 경기 침체로 건설∙화물∙수송 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용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캐피탈사들이 위기를 겪었다. 공사 현장 중단∙지연 등으로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감소해 소득이 줄었고,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고객만큼이나 캐피탈사의 연체율 및 대손비용이 증가했다.
현대커머셜도 예외는 아니었다. 1개월 이상 연체율은 2016년 0.48%에서 2017년 0.66%, 2018년 0.74%로 악화됐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2016년 873억 원, 2017년 828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2018년에 352억 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커머셜은 2018년 8월 신용위기 진입을 선언하고 부실위험이 큰 비우량 자산 취급 비중을 20% 이하로 관리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했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버스, 트럭, 굴삭기 등 산업용 차량의 연체 위험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외형 확대에서 벗어나 심사 및 채권 관리 등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커머셜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 정교하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산업재 시장은 경기 흐름과 정부 정책에 따라 업계 종사자들의 소득 변동성이 크고, 유가 및 물동량 등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산업재 시장의 주요 고객인 개인사업자 및 중소 기업은 현재 CB사가 제공하는 평가모형으로는 정확한 현금 흐름과 상환 능력 등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현대커머셜은 대출 상환능력은 물론, 상품별 특화 모형까지 아우르는 총 12개의 평가모형을 개발, 신속하고 정교한 심사를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커머셜은 기존에 임직원에 의존하던 채권 추심 방식을 머신러닝 기반으로 전환하는 등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채권회수모형을 도입하고, 연체율이 악화되는 시그널을 예측하고 시스템을 기반으로 채권을 배분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또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NPL 평가모형을 개발해 채권 평가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자산 건전성도 제고했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리스크 관리 역량 및 시스템을 갖춘 금융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