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도…中企, 여전히 기술 탈취로 운다

입력 2022-04-25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3년 전 기술 유출 피해를 당했던 경기도 소재 A기업. 법률 절차를 밟아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비용을 들여 소송하느니 그 기간에 영업을 해서 매출을 올리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관 기업이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다 보니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A기업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는데 사실상 소송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기술 유출 범죄 관련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 유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피해 사실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어렵게 법률 절차를 밟아도 솜방망이 처벌로만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을 탈취한 기업이 하청을 주는 대기업인 경우 정보의 편재로 인해 피해 사실 입증조차 쉽지 않다.

A기업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실시한 중소기업기술보호실태 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기술 유출과 탈취가 발생한 이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들 중 38.9%는 ‘법률 비용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법률 비용에는 단순 소송 비용뿐 아니라 기업의 시간적 비용도 포함된다. 대기업의 경우 전문 법무팀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표가 직접 법적 절차를 신경 써야 하다 보니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된다. 또 기술 유출 대상이 주요 거래처라면 법적 절차 이후 일감이 끊길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올해 2월부터 수탁 기업이 기술 유출·탈취 시 과태료 부과와 손해액의 3배를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됐지만,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A기업 관계자는 “피해를 당해도 차라리 소송을 안 하는 게 속 편하다는 업계의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로 인한 손해배상의 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과거 피해 기업의 생산능력 범위에서만 이뤄지던 산정 범위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손해를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상생협력법은 피해 배상 산정 기준에 대해 기술 자료의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사용료’로 규정했다. 문제는 합리적인 사용료라는 개념이 모호해 여전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의 시장 가격을 알기 어려운 벤처 기업은 합리적 사용료라는 개념 아래, 피해 금액을 입증하기 어렵다. 결국 법원의 재량에 따라 손해 배상을 평가하게 되고, 기존 판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현재 기술의 시장 가격을 알 수 없는 경우, 기존의 시장 가격보다는 높게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용순 한세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부 아래 많은 유관 기관이 있는데, 유출 피해를 당한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상생협력법에 도입된 ‘3배수 징벌적 손해배상’도 여전히 피해 기업을 구제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박 변호사는 “최대 3배수로 규정돼 있으면 재판관이 실제 판결에서 최대 3배 배상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서 “‘최소 3배수’ 등으로 실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상 방안 중 하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두는 과징금 일부를 피해 기업에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기술 유용 기업이 처벌을 받아도, 피해 기업은 보상을 위해서 수년이 걸리는 민사소송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과징금 일부를 피해 기업에 주는 불공정거래 피해 지원 기금법’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세계 야구 최강국 가리는 '프리미어12'…한국, 9년 만의 우승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 ‘뉴롯데’ 시즌2 키 잡는 신유열...혁신 속도 [3세 수혈, 달라진 뉴롯데]
  • '트럼프 랠리'에 8만9000달러 넘어선 비트코인, 어디까지 갈까 [Bit코인]
  • 오늘 최강야구 시즌 마지막 직관전, 대학 올스타 티켓팅…예매 방법은?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뉴욕 한복판에 긴 신라면 대기줄...“서울 가서 또 먹을래요”[가보니]
  • 트럼프株·비트코인 못잡았다면 ‘상장리츠’ 주목…잇달아 유증
  •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트럼프 랠리’에 기록 대행진…다우 사상 첫 4만4000선 돌파
  • 오늘의 상승종목

  • 11.12 10:3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5,545,000
    • +11.6%
    • 이더리움
    • 4,682,000
    • +4.91%
    • 비트코인 캐시
    • 653,500
    • +4.14%
    • 리플
    • 857
    • +4%
    • 솔라나
    • 310,300
    • +5.87%
    • 에이다
    • 833
    • -1.07%
    • 이오스
    • 813
    • -0.12%
    • 트론
    • 236
    • +2.61%
    • 스텔라루멘
    • 162
    • +5.8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8,000
    • +3.23%
    • 체인링크
    • 20,700
    • +2.88%
    • 샌드박스
    • 430
    • +4.3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