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바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367곳(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안전관리 실태 및 중처법 개정 인식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1.2%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된 이유로는 ‘법률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현장 혼란만 가중’(66.8%), ‘기업과 경영자가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 밖에 없어서’(54.7%) 등을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바람직한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원청)의 의무내용 및 책임범위 구체화’(94.0%ㆍ복수응답 가능)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면책규정 마련’, ‘근로자에 대한 의무 및 책임 부과’라는 응답이 각각 47.0%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절한 개정 시기는 응답 기업의 36.2%가 ‘1년 이내’, 31.9%가 ‘즉시’라고 답했다.
경총은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경영자에게만 과도한 형사책임(1년 이상의 징역)을 묻고 있어 범죄의 구성요건인 경영책임자(원청)의 의무내용과 책임범위를 구체화 해야한다는 업계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자의 관심도 변화에 대해 응답 기업의 69.0%가 ‘매우 높아졌다’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70.6%는 안전 관련 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1000인 이상) 83.8%, 중견기업(300~999인) 78.3%, 중소기업(50~299인) 67.0%가 예산이 증가했다고 했다.
예산 증가 규모는 응답 기업의 절반인 52.0%가 ‘50~200%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은 ‘200% 이상’, 중견기업은 ‘50~100% 미만’, 중소기업은 ‘25% 미만’ 응답이 가장 많았다.
증가한 예산의 투자항목은 ‘위험시설·장비 개선·보수 및 보호구 구입 비용 확대’(45.9%),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및 인력확충’(40.5%)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관련 인력의 변화는 41.7%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50~299)보다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인력 증가 현상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 6.9명, 중견기업 2.3명, 중소기업 1.8명으로 평균 2.8명이었다.
안전 관련 인력 채용·운용 시 애로사항은 절반 이상(58.3%)이 ‘안전관리 인력 수요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심화’를 꼽았으며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안전자격자 공급 부족’(47.1%)이 뒤를 이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 심화’(66.3%)를, 중견기업 ‘안전자격자 공급 부족’(50.0%), 대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수준의 안전관리 역량 부족’(5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총 이동근 부회장은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이 지속되고 있어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사전예방중심으로 하루빨리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처법의 과도한 처벌수위를 완화하고 의무내용을 명확히 하는 등 신정부에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