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고위 관계자는 9일 "CEO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면서 임원들의 자세와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과거 CEO의 하달식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춰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가 과정들이 많아지다 보니 주인의식과 애사심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CEO들의 소통 행보는 호칭 파괴, 옷 입는 방식 변화, 다양한 채널 활용 등 형식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월 SK텔레콤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회장님이 아닌 영문 이름인 토니로 불러달라고 했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매년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메타버스 시무식을 주재해 색다른 소통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LG그룹은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격식을 깨는 실용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직원들의 복장 변화다. LG는 재계에서도 비교적 보수적인 그룹사로 꼽혔지만 2019년부터 근무 복장이 검은색 정장 계열에서 캐주얼(자율)로 바뀌었다. 구 회장도 평상복으로 신년 영상 메시지를 전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의 딱딱함이 아닌 친근한 이미지로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자신을 ‘부회장님 대신 JH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타운홀미팅을 통해 접수한 직원들의 민원에 대해선 '안녕하십니까? JH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매주 수요일 오후 1시간씩 실시간으로 방송과 채팅으로 진행하는 ‘위톡’(Wednesday Talk) 행사를 열어 임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에서 주류가 되고 있는 MZ세대는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 만큼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라며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은 이후 직급과 무관하게 활발한 아이디어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연차 직원이 낸 아이템을 팀원들이 함께 다듬어 회사 내부 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면서 "CEO의 소통행보가 지위고하를 떠나 직원들 간 서로 존중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