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ARM 인수·합병(M&A)을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RM은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며 "전략적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ARM 공동인수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2020년 9월 각국이 기술 독과점을 우려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 승인을 내리지 않아 매각이 한차례 무산된 사례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RM은 세계 모바일 반도체 설계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ㆍ애플ㆍ퀄컴 등이 모바일기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대부분에 ARM 설계도를 사용한다.
SK하이닉스가 ARM 인수에 성공할 경우 메모리반도체 개발ㆍ생산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반도체 설계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시켰다.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또 “용인 클러스터는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부장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구축하고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도모하는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 인수 건을 승인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는 중국 경쟁 당국의 심사만 남겨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2030년까지 소비 전력의 3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 배당금을 20% 상향하고,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