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있는 디자인장터 점포 절반 이상이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시가 열리면서 많은 방문객이 몰리고 있지만 전시 관람 외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하 재단)은 7월 개점 예정인 매장을 포함하면 공실률이 32%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30일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DDP 디자인장터 공실률은 67.8%로 집계됐다. 점포 28개 가운데 19개가 공실이다. 디자인장터는 쇼핑은 물론 휴식 등을 즐기는 복합 편의 공간이다. 화장품 가게를 포함해 패션 소품 가게가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시가 열리지 않아 방문객이 줄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했다.
재단은 공식적으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GS리테일과의 마스터리스 계약으로 DDP 디자인장터 가동률이 한때 100%라고 밝혔다. 마스터리스 계약은 장기적으로 건물을 통임대한 뒤 이를 재임대해 이익을 얻는 사업방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0년부터 공실이 생겨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방문객이 감소하자 20여 곳이 방을 뺐다.
DDP는 2014년 개관한 복합문화시설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역점 사업으로 내걸면서 2007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 후 2008년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2020년 서울시의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개관 첫 해인 2014년 DDP 방문객 수는 688만3456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는 1060만4794명이 방문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공실률은 높지만 최근 DDP에서 각종 전시회가 열리면서 사람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주말에는 전시에 입장하기 전까지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릴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인다. 그러나 공실이 다수 발생하면서 전시 외 즐길 거리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커피와 간식류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좌석이 부족해 방문객들은 DDP 내 공간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실정이다.
최근 전시 관람을 위해 DDP에 방문한 직장인 김모(32)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시장 내부 인원을 제한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DDP 내 카페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카페에 자리를 못 잡아 이곳저곳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나마 날씨가 풀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대기시간이 1시간 정도라 멀리 벗어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DDP가 서울 시민은 물론 관광객도 방문하는 명소로 거듭났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콘텐츠 부재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중장기 프로그램의 부재, 전시기획의 전문성 및 연속성 부재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행사가 유치되고 있지만 시설을 활용하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적시했다.
재단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시가 많이 열리는 만큼 공실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다. 디지털을 접목한 DDP 2.0도 올해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가상공간을 확장해 전시와 포럼 등을 진행한다는 취지다. 판매 기능 대신 공공기능도 강화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간 코로나19로 여러 계획 추진이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유치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면 공실이 줄어들 것"이라며 "DDP가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보니 가게가 비어도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해 공실을 바로 채우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에 따르면 디자인장터 공간 10곳이 5월 중 입점 계약을 확정한 상태다. 7월 개점 예정이다. 이를 포함하면 공실률은 32%로 낮아진다. 다른 공간도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4월 입찰 공고를 낸 뒤 5월 계약, 6월 개점이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DDP 디자인장터 공간배치를 다시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간배치로 서울시가 직접 사용하는 공간이 생겼다"며 "중소기업을 지원하거나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홍보하는 공간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