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협상 내용 뜯어보니...우크라, 안전보장 빼고 다 줬다

입력 2022-03-30 10:06 수정 2022-03-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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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제조약 형태 안전보장 요구
안전보장 전제로 중립국ㆍ비동맹ㆍ비핵국 지위 용인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도 15년 시한 두고 지위 논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협상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스탄불/타스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협상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스탄불/타스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5차 협상을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협상 종료 후 양측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대화가 건설적이었으며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무엇을 제안했고, 의미는 무엇일까.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모든 요구 조건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중립국 지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전 보장, 유럽연합(EU) 가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이 포함됐다.

우선 우크라이나는 안전보장을 전제로 중립국과 비핵 지위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회담 후 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은 보증인이 서명하는 국제조약 형태로 보증 국가 의회에서 비준돼야 한다”며 “여기에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약 내용도 구체적이다.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도발이나 군사작전이 있을 경우 3일 내에 협의가 이뤄져야 하며 보증국은 군사 원조, 병력, 무기, 영공 폐쇄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울 의무가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일원인 올렉산드르 찰리이는 “우크라이나는 이처럼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면 영구 중립국 형태로 비동맹·비핵국 지위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우리 영토에 외국 군사 기지나 군대를 배치하지 않고 군사 동맹도 체결하지 않으며 우리 나라에서의 군사 훈련은 보증 국가의 동의 하에 수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협상단도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로 된 제안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측 입장과 같은 내용을 얘기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포장하며 밝힌 러시아의 핵심 요구조건이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립국 지위를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우크라이나인들이 EU 가입에 우호적인 만큼 국민투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으로 참가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이 29일(현지시간) 협상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신화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으로 참가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이 29일(현지시간) 협상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신화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타협은 없다고 했던 영토 문제도 한발 물러섰다.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지위에 대해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으로 참가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15년의 기간을 갖고 크림반도 지위에 대해 양자대화를 하기로 했다”며 “이 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도 “우크라이나 제안에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재탈환하려는 노력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협상단은 푸틴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도 언급했다. 양측이 평화 협정 초안에 빠르게 동의할 경우 대통령간 직접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상호 신뢰 구축 차원에서 군사활동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러시아가 해당 지역에서 이미 전투력을 많이 상실해 사실상 대안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로런스 프리드먼 전쟁연구 석좌교수는 “공세 완화는 철수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바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은 속임수가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의 후퇴는 완전 철수가 아니며 전쟁 종식을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경고도 있다.

러시아 전쟁을 연구하는 프랑스 학자 마띠유 불레그는 “러시아가 선의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 재편을 통해 지상전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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