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민원 산정 제외해달라" 금감원 "검토 중"
손해보험업계가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심사기준을 강화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금감원에 백내장 관련 민원은 산정 건수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중복ㆍ악성 민원은 구분하겠다면서도 민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9일 금융당국 및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손보업계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간담회에서 손보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보험사들은 다음 달부터 세극등 현미경 검사결과 백내장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인공 수정체 수술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보험금 심사기준을 강화한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일부 보험사는 이 같은 기준을 운영하고 있지만, 나머지 보험사들도 강화한 심사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손보업계는 백내장 등 실손보험 비급여 심사 강화에 따른 민원이 폭증하자, 금감원에 향후 민원 산정 때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정기검사나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때 업권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함께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인 만큼, 당국의 용인도 필요하다"며 "세극등 현미경 검사 결과지 지급을 거부하는 일부 병원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생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토 중이다"며 "중복 악성 민원은 구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민원을 제외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민원 증가에 따른 업계 피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백내장 인공수정체수술의 보험금 심사 기준 강화는 다초점 인공수정체수술 같은 '과잉' 진료로 실손보험 '누수'가 심각하다는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공동 인식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과잉진료가 많은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의료 쇼핑'을 하는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로 인해 실손보험료가 오르는 등 다수 가입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백내장은 과잉진료 대표 항목으로 실손보험금 누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실손 보험금은 2016년 779억 원에서 2020년 6480억 원으로 8.3배 급증, 지난해에는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5개사의 지난 2월 말 기준 올해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총액은 13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된 보험금 7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부 안과가 노안 시력교정 명목으로 멀쩡한 눈을 잘라내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 빈번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보험업계는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뿐만 아니라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 비급여 개선을 위한 전면전에 들어간 만큼 관련 민원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업권별 불이익 방지를 위한 논의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