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불면증

입력 2022-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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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운전을 하다 졸리면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의자를 완전히 눕힌 다음 잠을 잔다. 가족들이 화장실에 갔다가 간식을 사 가지고 올 때쯤이면 저절로 깬다. 출퇴근을 전철로 한다. 30분 거리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저녁으로 잔다. 핸드폰을 보다 늦게 잠들면 모를까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는 경우는 없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잔다. 간호사들이 진료시간이 됐다며 문을 두드리는 일도 없다. 이렇게 10~15분간 깜빡 자는 토막잠, 잠 못 드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이만하면 특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불면증 때문에 발생되는 경제적인 피해도 막대하고, 불면증 치료 시장도 엄청나다고 한다. “수면제 주세요.” “차트를 보니 아직 약이 남아 있는데요?” “약을 잃어버렸어요.” 혹은 “다른 사람과 나눠 먹었어요.” 혹은 “시골에 놓고 왔어요.” 아니면 단도직입적으로 “그냥 처방해 주면 안 될까요?” “한 달에 한 번만 처방이 가능한 거 알고 계시잖아요?” “그럼 비보험으로 탈게요.” “비보험도 벌써 여러 번 해서 곤란합니다.” “약이 없으면 잠을 전혀 못 자요. 해주세요.” 수면제 때문에 난감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왜 이렇게 불면증 환자들이 많아지는 걸까. 잠은 머릿속에 있는 송과샘에서 멜라토닌이란 수면유도체가 나와야 잘 수 있다.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파서, 주변 환경이 편치 않아서, 뇌를 다치거나 노화현상으로, 아님 가족적인 내력 등등, 여러 가지 원인이 불면증을 일으킨다.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이나 주변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여러 가지 약제도 처방을 하는데, 약이 여러 가지라 함은 특효약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잠 못 이룰까. 계속 미사일을 쏘고, 점점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북한을 곁에 둔 우리가 진영으로, 세대로, 성별로 나뉘어 끝없이 갈등하고 있어도 되는 건지 염려스러워, 내 주특기인 토막잠이 잘 안 올 때도 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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