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무산됐다. 노조추천이사제가 확산하는 분위기에 따라 민간 금융사 최초로 KB금융에서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탄생할지 주목됐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주주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부결됐다.
앞서 KB금융 노조는 지난달 주주제안서를 통해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인 김영수 한국팬트라 비상근 고문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노조의 사외이사 주주제안은 다섯 번째다.
이 안건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중 출석주식 수 대비 찬성률은 5.60%를 기록하며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류제강 KB금융 노조위원장은 “아쉽게 역량 있는 사외이사 후보자가 노조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라며 “다만, 노조의 주주제안이 노사 간의 대립이나 노동자의 입장만을 대변하기 위한 것 아니고 회사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부분이 왜곡, 호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류 위원장은 “의결기구가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나 소수 주권을 활용한 다양한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라며 “앞으로는 이사회 구성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주시고, 구성의 다양성을 지향에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5년 연속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오고 있다”며 “제안한 노조 지부에서도 주주들의 표결 결과에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하고 KB금융이 이날 상정한 2021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코로나19 지속과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제판분리가 가속화되는 등 금융환경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혁신을 약속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 본원적 수익기반을 공고히 하고 견실한 내실 성장을 이루어 내겠다”라며 “기업금융과 자본시장에서 수익창출 기반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자산관리 역량으로 시장과 고객에게 인정받는 금융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비금융사업의 성과도 가시화하겠다”라며 “글로벌 부문에서 동남아시장과 선진시장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가속화하고 비금융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한 No.1 금융플랫폼기업으로의 도약, ESG 리더십 확보도 예고했다.
그는 “KB스타뱅킹을 통해 계열사 간 연계서비스를 강화하고, 정교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 제공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도하겠다”라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그룹의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