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간의 의견차이가 커지면서 두 권력의 ‘어색한 동거’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측은 아직 다음 만남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일각에서는 회동 없는 취임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취소됐다. 양측은 회동 무산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인사권과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 등 실무 협상에서 의제 조율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양측은 모두 이를 부인했다.
이후 문 대통령 측 이철희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실무 협상을 재개했다. 이 때만해도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후들어 청와대가 돌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갈등은 오히려 전면전으로 번졌다. 윤 당선인 측은 “5월10일 0시를 기해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겠다”며 당분간 통의동 집무실에 머물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같은 날 오전과 오후 청와대 기류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이 수석과 장 실장간의 협상이 순조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무협의가 빈손으로 끝난 이유를 두고도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양측의 앙금은 쌓일대로 쌓여가는 중이다. 두 사람은 아직 다음 만남에 관한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번 주가 유력했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당분간 이뤄지지 못할 확률이 높다. 윤 당선인은 29일까지 각 정부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후에는 전국을 돌며 지역민생현장을 돌아볼 예정이다. 4월 초까지는 회동 날짜 잡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구권력의 대치상태가 지속될 경우 만남이 아예 불발된 상태로 대통령 취임식이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올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이미 “현 상황에서의 회동은 의미도 가능성도 없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극적인 봉합 가능성도 물론 열려 있다. 극한대립은 양측 모두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실무라인서 다 결론이 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조율 없이 조건 없이 허심탄회하게 배석자 없이 그렇게 만나자”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아마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윤 당선인은 국민을 위한 결실을 낼 수 있다면 여야를 떠나서 누구든지 만날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순리대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