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선 과정에서 여당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사적 이용과 야당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를 명분으로 영수증 제출이나 사용처 공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으로 분류되어 수년간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또 업무추진비는 공개는 되지만 업무와는 상관없는 과다편성, 부당사용, 사적지출 등으로 ‘예산낭비’ 사례의 단골손님이다.
먼저 특수활동비는 청와대를 비롯해 검찰, 국방부, 경찰 등 정부 각 부처뿐만 아니라 국정원 등에 모두 1조 원 정도가 편성돼 있다. 국회는 2018년 의원 특수활동비 문제가 터지자 연간 60억 원 규모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그 외 권력기관들의 특수활동비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여전히 ‘깜깜이 예산’이다. 특히 국정원 예산은 블랙요원처럼 베일에 가려진 검은돈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정원의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 등에 쓰이는 ‘안보비’ 예산은 올해 8312억 원이 편성됐다. 2017년 국정원은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논란’이 불거지자 특수활동비 이름을 안보비로 바꾼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집행 결과는 대부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안보비에 인건비, 시설비, 사업비 등이 일부 포함되어 모두 특수활동비는 아니겠지만, 특수활동비를 더욱 교묘하게 가릴 뿐이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단체장, 의장 등이 사용하는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의정운영 업무추진비 등 7개로 분류된다. 이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크고 문제가 되는 업무추진비는 시책추진업무추진비이다. 2021년 전국 자치단체 예산 기준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총액은 1224억 원이다. 제도적으로 업무추진비는 과다편성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액이 정해져 있다. 이 기준액에 대비해 업무추진비 편성액을 살펴보면 적정하게 업무추진비를 편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업무추진비가 기준액을 초과한 곳은 33개 단체이다. 초과 단체 중 업무추진비 비율(기준액 대비 편성액)이 높은 상위 10위 단체는 경남 함안군, 충남 서산시, 대전 유성구, 서울 양천구, 전남 완도군, 서울 금천구, 대전 본청, 대전서구, 경기 김포시, 서울 영등포구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예산의 원칙 중 중요한 하나가 공개의 원칙이다. 예산이 공개되어야 그 필요성 및 타당성, 규모의 적정성 등을 따질수가 있다. 아무리 안보, 정보, 수사 등 관련 예산이라고 해도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에게 ‘묻지마’식 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 특수활동비의 정당성을 확보할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사후적 결산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이 전문적인 감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특수활동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지 말고 안보활동비, 정보수집비, 사건수사비 등 특정 업무를 명시해 예산의 기본 편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자치단체 업무추진비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근거하여 그 내역은 공개하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되면서 집행기관, 의회의 정보공개가 강화되었다. 이를 근거로 자치단체들은 업무추진비 공개를 조례로 제정해 그 사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업무추진비 내역을 형식적으로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월별·부서별로 구체적으로 공개하여 주민들이 쉽게 파악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명성과 개방성이 업무추진비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해진 업무추진비 기준액을 초과하지 말아야 하고 부당사용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어야 한다. 개인적 음주비 및 식사 접대비를 민원상담으로 둔갑시키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사무용 물품 구매로 처리하거나, 고가의 음식을 먹기 위해 인원 수를 허위 작성하는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잘못된 관례는 근절되어야 한다.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는 총리가 예산을 사용한 후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탄핵까지 당할 수 있다. 이렇듯 선진국이라면 국민이 납세의 의무를 지듯이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정부의 공적 의무이다. 모든 대선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공정’을 말하고 있다. 진정한 ‘공정’의 시작은 국민의 세금을 투명하게, 바르게 쓰는 것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