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강도 높은 금융 제재에 나서면서 금융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커지는 불확실성에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금리 모멘텀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일부 은행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돼 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차단된다.
강도 높은 제재에 국내 금융그룹도 외화 유동성 및 신용경색 위험을 점검하고, 외국계 은행 등 현지 기관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등으로 구성된 KRX 300 금융 지수는 전쟁 위기가 고조된 지난 2주간 -5.35% 하락했다. 코스피가 바닥을 찍었던 지난달 27일부터 전쟁 위기가 고조되기 전인 이달 11일까지 7.20% 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주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시중금리가 2%대 중반까지 떨어진 것도 금융주의 하락을 부추겼다. 수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매수세도 힘이 빠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재 자체가 금융사들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아직 모든 금융기관이 해당 내용을 자세히 파악한 상황은 아니지만, 투자 익스포저 금액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28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총 6037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문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경기 둔화 우려도 배제하긴 어렵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금리 모멘텀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몇몇 연준 위원들이 주장하는 3월 50bp(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불확실성, 연준 내부 공감대 부족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