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노사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본사를 나흘째 불법 점거한 노조는 무기한 농성을 예고했고, 사 측은 정부에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택배업계 노사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갈등의 쟁점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다. 택배 노동자가 연이어 과로사하자 지난해 6월 택배 노사와 정치권,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과로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 분류 작업에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택배 기사는 배송만 한다는 게 핵심이다.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제한하고, 택배 기사를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합의 이후 CJ대한통운은 약 5500명, 롯데와 한진택배는 4000여 명의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는 현장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분류 작업을 도울 인력이 채용됐지만, 택배 기사들의 작업 시간은 여전하다는 반박이다. 노조는 CJ대한통운 조합원 64%가 여전히 분류 작업을 직접 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특히 노조는 택배 요금 인상분 170원 중 대부분을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70~80원 정도가 CJ대한통운으로 들어가 버려 택배 기사에게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사 측은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인상한 택배 요금은 인력 채용과 분류 작업 자동화 장비 설치 등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한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이미 모든 사업장에 대형 택배 자동 분류기 '휠소터' 설치를 끝냈고, 지금은 소형 택배 자동 분류기인 'MP(Multi Point)'의 설치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에만 1400억 원을 투자해 80곳 넘는 사업장에 MP를 설치했다. 노조의 파업 이후 현장 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도 합의 이행 사항이 ‘양호’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사 측은 무엇보다 택배 노조의 교섭 대상은 본사가 아니라 이들을 직접 고용한 대리점이라며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노조의 본사 불법 점거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의 갈등으로 배송 지연을 겪는 택배는 모두 6만여 상자로 추산된다. 사 측은 매일 10억 원의 손해가 발생 중이라고 밝혔다.